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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편집국장
조재훈 편집국장

'MZ세대'는 현재의 2030 나이대를 일컫는다. 독특한 성향 탓에 많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중시한다. 미래의 보상이 아닌 현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가심비(價心比)를 따지는 경향이 짙다. 가격이나 성능보다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데 시간과 돈을 기꺼이 소비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SNS를 통해 타인에게 '과시하기(Flex)'를 즐긴다. 기성세대들이 공감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은 게임적 세계관에 익숙하다. '배틀 로얄'에 열광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후의 1인, 또는 마지막까지 남은 팀이 승자가 되는 '배틀 게임'에 열광한다. 한판의 게임을 벌이듯 인생을 즐기는 풍조가 이들에게 만연하는 이유다. 나아가 자신의 실력과 패배를 인정하는 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일찍부터 경쟁의 법칙 속에서 터득한 '게임 지능'을 끊임없이 장착해 온 탓에 '공정한 룰'은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한다. 

이와 같은 '게임 세상'은 어느새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노래·춤·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취미생활과 취업 기회까지도 걸핏하면 '서든데스(sudden death)' 방식의 리그전이 펼쳐진다. TV 프로그램만 해도 이런 부류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차고 넘친다. 지켜보는 쪽에서는 라이벌끼리의 스릴 넘치는 경쟁을 통해 대리만족과 성취감을 느끼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에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MZ세대는 어느새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이뤄지는 '메타버스'에 올라탄 지 오래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대를 뛰어넘어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다. 이는 곧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생활이 편해지고 미래의 성과도 담보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시대의 변화에 동참해야 할 기성세대의 과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터다. 용어조차 생소한 데 개념을 파악하고 따라 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싶다. 자연스레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접목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36세 청년' 이준석이 국민의 힘 대표가 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 대변인을 서바이벌 토론 배틀로 뽑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성정치인들은 당혹스러웠던 게 사실이었다. 풋풋하고 싱싱한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아주 좋은 기회로 보는 긍정적 시각보다는 속 빈 강정처럼 '화술의 능통자'가 뽑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부정적 인식이 훨씬 컸다. 그렇지만 이런 온도 차가 단지 기성세대의 기우였음을 발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국민면접도 그랬다. 변화된 당의 홍보와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블라인드 면접, 음성변조 등이 공정을 원하는 젊은 층들의 관심을 끌만 했다. 결과를 떠나 기성정치인들의 '꼰대적 발상'에 대한 반성과 함께 변화의 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큰 발전을 가져온 건 분명하다. 

앞으로는 공직 후보자를 대상으로 자격시험도 치를 모양새다. 당장 내년 대선 경선이나 지방선거 공천에 적용될 기세다. 청년 정치 활성화를 위해 정책공모전, 연설 대전 등 공개 경쟁 선발 과정도 도입될 것 같다.

벌써부터 소위 '말 잘하는' 후보에겐 득이 되겠지만 언변에 핸디캡을 가진 후보에게는 넘기 힘든 높은 벽일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부류도 있다.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보다 속칭 '가방끈' 긴 그룹과 짧은 그룹으로 구분 지어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변화의 기류를 거스를 수는 없는 듯하다. 기성정치인이 긴장할 수밖에 없고 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삽화 ⓒ왕생이
삽화 ⓒ왕생이

이젠 여야를 떠나 새로운 정치권 패러다임 속에서 보여야 할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스마트폰,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IT 신기술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닌가. 선거 연령도 18세로 낮아졌다. 이런 세상과 공존하면서 젊은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고질적 병폐인 잘못된 관행과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더불어 공개적인 검증 기회를 잘 활용하는 공감 능력도 요구된다.

이는 자신의 비전과 철학, 가치관을 대중 앞에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질이다. 넘쳐나는 정보를 선택하고 요약하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읽어내는 안목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마인드에 달렸다. 리더십도 세대와 이념을 아우를 수 있는 참신한 감각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게임 속이 아닌 현실의 '왕좌'를 꿈꾸는 자라면 더더욱 요구되는 몫이다. "인생은 게임이다. 다들 필사적으로 싸워서 가치 있는 어른이 돼야만 한다" '배틀 로얄'의 외침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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