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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통엔 칫솔이 두 개 있지
 
곽구영
 
일테면 외출할 때 꼭 서너 걸음 앞서 걷는다느니
 
명절이나 기일忌日 때 고향 가면 시어머니 편만 든다느니
 
아파트 단지 이웃 여자들에게 너무 공손하다느니
 
아내와 사소한 일로 가끔 다투는데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투정이 끝내 싸움이 되고
에이 인정머리 없는 사람, 이제 따로 살자 한다
 
배고파지니 싸움도 기운이 있어야 한다며
 
밥 몇 숟갈 함께 뜨고 양치하러 칫솔 꺼내는데
 
오모모, 콜럼버스 신대륙을 본 듯 아내는 놀라는데
 
한통속 두 칫솔이 붉고 푸른 몸 세우고 하나처럼 서 있다
 
아내 것과 내 것이 붙어 입을 맞추고 있다
 
주름진 사랑도 엉뚱한 풍경 속, 가끔은 꽃이 되는가
둘이 하얀 꽃거품 물고 뜨겁게 바라보는 중이다
 
△곽구영: 경남 고성 출생. 1974년 '현대시학' 시를 발표. 2018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다시 활동. 2018년 열린 시학상 수상. 울산작가 편집 주간. 시집 '햇살 속에서 오줌 누는 일이 이토록 즐겁다니' '그러나 아무 일 없이 평온한'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시를 읽다 슬며시 웃는다. 싸움의 이유가 아주 사소 하지만 노부부의 일이라 재미있다. 그리고 화해가 일상의 작은 것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커다란 긍정적인 유연성이 돋보인 시라 끝엔 소리 내어 웃게 한다.
 싸움도 기술이라 했던가, 싸우다 말고 밥을 먹는 여유에서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한 싸움의 기술이 보인다. 그래서 웃으며 읽게 된다. 밥을 먹으면서 벌써 싸움의 반은 끝이 난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노련한 처세술인가. 
 화해를 찾는 방법 또한 우연한 작은 발견에서 얼마나 고단수의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가. 은근한 노년의 정을 용감하게 '입을 맞추고' '사랑'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일상을 뛰어넘는 시인의 행보에 웃지 않을 수 없다.
 '꽃거품 물고 뜨겁게 바라보는' 시인 부부의 웃는 장면이 그려진다.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뒷모습과 오버랩 됨은 아마도 평생 고락을 같이한 부부만이 알 수 있는 느긋한 행복이 아닐는지. 은은한 뜨거운 7월이다.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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