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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영 남구 삼산동 주민자치위원장
최범영 남구 삼산동 주민자치위원장

요즘 '설상가상'이란 말이 자주 떠오른다. '눈 위에 또 서리가 덮인다'는 뜻이다. 요즘 상황이 딱 그 짝이다. 최근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4단계로 격상됐다. 내일부터는 비수도권 지역도 모두 3단계로 일괄 상향조정된다.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단축 등 사실상 봉쇄조치(셧다운)나 다름없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공포탄에 직격탄까지 고스란히 맞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이런 가운데 찜통더위는 또 왠 말인가. 가뜩이나 열불이 나는데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거듭되니 취약계층의 어려움과 생활 불편은 가중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어디 한 곳이라도 마음 편히 기댈 데가 없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문득 봉사단체 활동을 펼치던 때가 떠올랐다. 혼란스럽고 마음이 복잡했을 때 봉사활동을 통해 받았던 보람과 뿌듯한 행복감이 기억났다. 그 기분을 다시금 느껴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치위원들의 뜻을 모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소외계층을 위해 전기안전점검과 정비, LED등 교체 설치, 전기 안전교육 등을 직접 실행하기로 했다. 
 
먼저 남구 삼산동 내 재난 취약세대 11가구를 대상으로 정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활 속 안전을 살필 여유가 없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 중심이 됐다. 사전 가정방문을 통해 전기안전 위험성, 시설의 노후화 정도, 정비시급성 등을 조사해 최종 선정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울산광역시회의 도움도 청했다.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즉시 준비작업을 한 뒤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23일에 있었던 일이었다. 전기안전점검 및 등기구 교체 후 코로나19 예방 소독과 실내청소 등 자원봉사활동도 함께 벌였다. 환해진 집안에서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과거에 받았던 그 행복감이 밀려왔다.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 나눔의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자치위원들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됐다. 
 
우리 국민들은 위기 때마다 더 이웃들을 생각하고, 온정을 나눠 왔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나눔의 손길이 바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힘의 원천이 됐다. 원래 '이웃 사랑'이라는 게 넘치고 남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배우며 실천해 왔다.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게 있다. 단지 생각만 해도 신체의 면역력이 향상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1998년 하버드대에서 실험한 바에 의하면 사람의 침에 들어 있는 면역항체가 마더 테레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뚜렷이 증가했다. 반면 근심이나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마르면서 이 면역항체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해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도 그렇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낯선 사람을 도울 때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엔도르핀의 분출을 경험하고 도취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도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활력이 넘친다고 하니 봉사활동은 하면 할수록 건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봉사단체에서 배운 교훈이다. '봉사와 기부는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베푸는 즐거움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무더위로 모두가 피로감으로 지쳐 있겠지만 그래도 더 어려운 우리 이웃을 잠시라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남을 돕는 행복'을 통해 나도 행복해지는 삶의 지혜를 깨닫는 오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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