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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윤 앙상블제이컴퍼니 대표

한 단체를 이끌어가는 운영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책임이 따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있듯이 필자는 단체 총괄 기획자로 단체를 이끌며 그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껏 가벼운 행사 공연, 독주회를 기획하던 것과 달리 스스로에게 의미를 갖고 향후 단체의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콘서트 기획을 맡게 됐다. 
 
운영 6개월 차. 필자가 가야금 연주자에서 총괄기획자가 돼 단체를 이끌어가는 과정 중 겪었던 기획과정과 스태프 회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진행하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바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전통음악을 소개해주는 이음풍류 프로젝트다. 
 
단순히 유튜브나 공중파TV 음악방송을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청각장애인 맞춤형 프로젝트 콘서트. 이 주제를 기반으로 작년에도 동일한 주제의 기획서를 출품했지만 아쉽게도 선정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는 것. 어찌 보면 관록이 없는 신생 단체가 너무 큰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올해는 자세한 부분을 보완하고 1년 동안 시도했던 것을 추가적으로 작성해 제출했다. 
 
기획한 공연 계획서가 선정됐던 그날. 그 설렘은 정말 짜릿했다. 운영자인 필자가 사례비를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체를 위해 이 공연을 관람할 시민들에게 뜻깊은 공연이 되길 바라면서 기획서를 수정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이 순간에 보상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인 계획서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일을 진행하던 차 문제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첫 번째는 필자가 오랜 시간 공들인 기획서이기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필자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원래는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공연을 위해 각각 해야 할 일을 분배해서 알려주고 중심이 내가 되는 것인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그간 독주회를 진행하면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모든 운영을 스스로의 방식대로 계획을 짜둔 것이 문제가 됐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 인력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그 방식을 풀어 객관적인 프로그램 계획서로 변경하는 과정과 객관적인 문서를 다루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채용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그래서 초반 사업 운영이 좀 더디게 진행됐다. 
 
채용된 인력과 함께 프로젝트의 세세한 부분을 이해시키도록 스태프 회의를 꽤 많이 진행했지만 사실 그래도 내가 젤 잘 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두 번째는 모든 계획대로 탄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세 번째는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 오는 상실감이다. 
 
특히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하게 서책을 참고하거나 주변인의 조언 등이 있는데 여기서 노장의 지혜가 단연 최고로 위로와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돼줬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런 조언을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다행이고 감사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필자와 같이 진심으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듭되는 회의에도 진지하게 피드백을 해나가면서 프로젝트는 견고히 기틀을 마련해가고 있다. 필자와 함께 진중한 마음가짐으로 해나가고 있는 단체 운영진들과 참여 예술가, 스태프들의 노고가 더해지며 대망의 콘서트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이 배운 것은 '이해'와 '배려'라는 단어다. 이해를 통해 좀 더 주변인들과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함께하는 예술보다는 일방적인 예술 즉 주변의 희생이 따르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부분에서는 양측을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이런 자신을 자책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면 올해의 나는 자책보다 일에 책임을 갖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해하고 배려하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며 해결해내려고 한다. 또 협업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더 나은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것. 함께하는 예술이 주는 힘은 무한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음악에서 앙상블이 다양한 악기들이 만나 여러 화음을 내며 상생하듯 다양한 관점에서의 관심이 장르를 떠나 협업하는 즐거움을 주고 삶의 원동력이 돼주는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를 포함해 좋은 취지, 새로운 길에 대한 도전과 모험 정신으로 참여한다면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향후엔 더 성장하는 프로젝트로 시민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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