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혜공왕 때 김지정의 반란군을 물리친 상대등 김양상과 이찬 김경신은 혈맹 동지였다. 혜공왕을 죽이고 김양상이 먼저 왕위에 올라 선덕왕(宣德王)이 되고 그가 죽자 김경신도 왕위를 이어 제38대 원성왕(元聖王)이 되었다.
선덕왕을 이을 유력자는 원래 상재(上宰) 김주원(金周元)이었으나 하필 왕위 승계를 논의하는 날 큰비가 내려 알천(閼川, 경주시 북천)의 물이 불어나 김주원이 입궁을 못하게 되자 왕위 계승 2위인 이재(二宰) 김경신이 왕위를 차지하며 무혈 쿠테타에 성공했다.
이보다 앞서 김경신이 천관사 우물속에 뛰어 드는 이상한 꿈을 꾸어 사람을 불러 해몽을 했더니 어두운 징조가 있는 꿈 풀이를 내놓아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아찬 벼슬을 하던 여삼(餘三)이 정반대의 해몽을 던진다. 그는 '두건을 벗은 것은 위에 앉은 이가 없는 것이고 흰 갓을 쓴 것은 면류관(冕旒冠 왕의 관)을 쓸 징조요 12현금(가야금)을 든 것은 12대 자손까지 왕위를 이을것이며 천관사 우물에 들어간 것은 궁궐에 들어갈 상서로운 조짐입니다'고 알린다.
그리고 여삼의 권유에 따라 김경신은 북천(北川)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선덕왕이 죽고 왕위 계승을 정하는 날 김주원이 개울을 건너지 못했고 그사이 김경신이 궁궐로 들어가 왕위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내물마립간 12대손인 김경신이 태종무열왕 6세손인 김주원을 물리치자 신라 왕권은 내물계가 12대를 이었다. 이후 김주원은 서라벌을 벗어나 명주(溟州, 강원도 강릉 일대)에 머물며 강릉 김씨의 시조가 되었고 후손들은 지금도 6월이면 명주군왕(溟州郡王) 능향제를 지내며 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정리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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