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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숙 남구 청소년주무관 

미래의 꿈을 찾는 청소년의 호기심과 활력이 한여름 사이버 세상을 가득 채웠다. 울산 남구 청소년진로직업체험센터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개최한 '온라인 청소년 진로페스티벌 덕업일치' 행사가 열린 온라인 플랫폼이 그 현장이다. 
 
'덕업일치'란 '덕질'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의미의 조어(造語). 덕질은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 분야 작품이나 캐릭터, 인물과 이야기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것을 일컫는 청소년 은어다. 그러므로 덕업일치는 '덕질이 본인의 직업이 된다'는 뜻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직업과 일치한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청소년이 자기 적성을 파악해보고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에 안성맞춤 이름인 셈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온라인 진로페스티벌의 목적은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어려워져 직업인을 만나거나, 직업 정보를 접할 통로가 줄어든 청소년에게 직업탐색 기회 및 진로정보를 담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여기에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마땅히 즐길 곳 없는 청소년에게 좋은 온라인 놀이터를 만들어 주자는 뜻도 있었다. 그래서 콘텐츠도 그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미래와 직업에 관한 내용을 다채롭게 채워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의도는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연인원 4,400여명 청소년이 플랫폼에 들어와 적성을 알아보고 진로검사를 받았다. 수십개 업종의 직업인과 대학생 얘기를 들으며 진로를 구체화시키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고교·중학생이 대부분(95%)을 차지했지만 초등학생과 일반인 참여자도 있었다.
 
울산남구 청소년진로직업체험센터에 접속해서 진로페스티벌 광장에 들어온 청소년을 맞이한 것은 500가지 전문직업인 인터뷰 영상을 갖춘 '직업인 멘토링'을 비롯해서 20여 학과의 대학생 인터뷰가 올라온 '대학생 덕후', 19종류의 울산 특화산업 종사자 인터뷰를 볼 수 있는 '덕후IN울산' 등 풍성한 콘텐츠였다.
 
직업인멘토링에서는 항공기정비사, 특수분장사, 캐릭터디자이너, 플로리스트, 1인미디어크리에이터, 푸드스타일리스트, 쇼호스트, 조향사 등 갖가지 전문 직업인이 직업 정보와 에피소드, 해당 직업 준비과정 등을 설명하며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대학생덕후 코너는 학과별 전형방법, 대학생활 및 학과 정보 등을 소개했다. 국문과와 사회학과, 건축과, 간호학과 등 익숙한 학과뿐 아니라 중국외교통상학부, 산업심리학과, 계량위험관리학과, 로봇학부 등 비교적 생소한 학과 학생들도 후배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했다. 
 
덕후IN 울산에서는 해양쓰레기수거전문가, 위기협상전문가, 앱개발자, 호텔컨시어지, 방재전문가 등 울산에서 일하는 특이한 직업 종사자들이 청소년을 만나 전문직업인이 되는 과정,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등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조회 수 폭증을 이끌었다.
 
온라인 핵심 역량 검사지로 개별검사에 참여한 뒤 결과를 확인하는 진로 적성검사 등 90종의 온라인 진로 체험도 적성 파악과 진로 탐색에 좋은 기회였다. 여기에 한 줄 소감문, 덕업일치 4행시 등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프로농구 사인볼과 모형자동차 등 경품을 받아 가는 이벤트가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참가자 반응도 좋았다. 직업인멘토링과 진로적성검사를 가장 도움이 된 콘텐츠였다고 꼽은 청소년들은 “현장 직업인의 경험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온라인 진로검사로 내가 더 키워야 할 역량을 알게 됐다" “미래 내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행사를 지켜본 진로지도 교사들도 “행사기간이 마침 진로탐색 주간이었는데, 온라인으로 안전한 진로활동을 할 수 있어 유익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직업군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이번 진로페스티벌은 청소년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에게는 이벤트 자체의 성공뿐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느냐'는 청소년의 질문을 흘려듣지 않고, 덕업일치 페스티벌을 만들어낸 남구 청소년 업무 담당자와 청소년진로직업체험센터 선생님들의 실행력이 만든 좋은 사례였다는 것으로도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인생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간을 보내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를 제시하고 싶었던 적극적인 자세가 빚어낸 또 다른 '덕업일치'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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