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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시의회 청사 전경. 울산신문 자료사진

타지에서 울산으로 이주해 오는 산업인력에게 울산시가 지원하는 이주정착보조금 수혜 대상을 신규 투자기업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기존 기업까지 확대해 달라는 조선업계와 지역정치권의 요구가 울산시에 이어 시의회에서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회복하며, 되살아나기 시작한 울산의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극심한 인력난 해소를 도울 수 있는 처방이 사라진 셈이다.

울산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 '탈(脫)울산'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조선업계의 인력난은 6년 전 시작된 조선업 침체로 숙련기술자들이 대거 지역을 빠져나간 탓이다.

울산 조선업계의 입장에선 확보한 일감을 제 때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들 숙련기술자들을 다시 울산으로 불러들여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때 마침 울산시가 지난달 신규 투자기업 소속 노동자의 이주정착보조금 지원 근거를 담은 '울산시 기업 및 투자유치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고, 이에 맞춰 조선업계가 우리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울산시의 조례안 사전심사에서 반영이 무산된데 이어 이번 제223회 임시회 상임위의 해당 조례안 심사과정에서도 업계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앞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지난달 조례안 입법예고 때 '신규 투자기업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 소속 근로자까지 이주정착보조금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협력사협의회는 주장의 이유로 "조선업에 중요한 숙련기술자를 타 지역으로부터 불러들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주정착보조금 지원을 기존 업체까지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인구정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 조례의 제정 취지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이지, 기존 기업의 고용 촉진이나 인구유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울산시는 향후 마련할 이 조례 시행규칙에 타 지역에서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근로자(가족 포함)에게 1인당 100만원씩, 최대 500만원의 이주정착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문제의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 제출된 이후인 지난 13일에는 울산 동구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타 지역에서 울산으로 전입끼 근로자와 가족에게 울산시가 지원하는 이주정착보조금을 기존 기업까지 확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동구의원들은 "선박 수주 물량을 본격 생산해야 하는 1년여 뒤부터는 업계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주정착보조금 지원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 협력업체가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지역으로 이전하는 가족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조선업 위기 이후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동구의 인구 감소를 막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조례 개정안을 심사한 시의회 7월 임시회에선 지역 조선업계와 동구의회의 호소에 눈을 감은 채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물론 시의회 산업건설위의 조례안 심사에선 조선업계의 요구가 거론됐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조례 규정을 악용하거나 취지가 변질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을 보지못했다.

산업건설위 조례 심사에서 이시우 위원장은 "조례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신규 투자기업 뿐만 아니라 기존 업체 소속 근로자까지 이주정착보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김성록 의원은 "조례 적용을 위해서는 울산 경계지역(서창, 외동, 부산 등)을 중심으로 울산에 근무지를 두고 있는 관외 거주자의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각종 소비성 업종의 경우 지원대상의 경계가 모호한 사항에 대해 구분이 필요하며, 조례는 울산 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통과하면서 조선업계나 동구의회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무산된 상태다.

따라서 조례 제정의 취지를 내세운 울산시의 논리에 맞서기 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문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을 시와 시의회, 업계, 지역정치권이 함께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요구다.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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