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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여왕이 음탕하다고? U울림통(60)

 헌강왕과 정강왕의 여동생이자 경문왕 딸인 김만(金曼)이 두 오빠에 이어 신라 3번째 여왕으로 등극해 제51대 진성여왕(眞聖女王)이 된다. 

 작은오빠 정강왕이 만(曼)이가 총명하고 기골이 장부와 같으니 왕위를 잇게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즉위 1년만에 숨졌다. 진성여왕은 선정을 베풀었지만 나라곳간은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큰 오빠 헌강왕이 나라의 풍요로움만 만끽하더니 국가 재정이 줄었고 지방호족들은 세금을 내지 않아 관리들을 지방으로 보내 조세를 독촉했다. 

 12살 나이에 당나라 유학을 떠나 과거에 장원 급제하고 벼슬을 지냈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17년만에 고국 신라로 돌아 왔다. 당나라 경험을 토대로 개혁안 '시무10조(時務十條)'안을 여왕에게 올렸지만 오히려 최치원은 지방관으로 좌천 당해 훗날 골품제로 곪아가는 신라를 등지고 가야산에 은둔해 살았다. 
  
 여왕은 작은아버지였던 경문왕의 친동생 각간 위홍(魏弘)과 결혼을 했다. 삼국사기 김부식이 미소년과 놀아나고 삼춘과 결혼한 음탕한 암군(暗君)이라 비난하며 진성여왕과 각간 위홍의 관계를 불륜으로 몰았다. 그러나 필사본 화랑세기에 따르면 한 남자와 두번이나 결혼하며 사랑을 쫓고 아들을 얻고자 했던 선덕여왕 등 통일신라 관점으로 바라보면 골품제를 지키기 위한 정상적인 왕실 관례일수도 있다. 

 왕권 다툼이 치열했던 신라 하대에 경문왕의 두 아들과 딸 등 삼남매가 차례로 왕위에 오를수 있었던 배경에는 숙부 위홍의 힘이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즉위 2년만에 위홍이 죽자 나라는 걷잡을수 없이 어지러워진다. 농민 반란도 곳곳에 번졌다. 사벌주(경북 상주)에서 일어난 원종.애노의 난을 토벌하러 나선 장수는 반란군 기세에 놀라 겁을 먹고 싸우지도 못한다. 도적도 전국에서 들끓는다. 

 진성여왕과 남편인 각간 위홍 그리고 여왕의 유모 부호부인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르게 한다는 비방글이 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요즘 같으면 은어(다라니 陀羅尼)로 쓰여진 정치 패러디 인쇄물인 셈이다. 비방글을 쓴 이름난 시인 왕거인(王巨仁)이라는 자가 붙잡혔지만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고 번개가 치더니 그의 사면을 요구하는 민심이 들끓어 결국 풀어 주었다.   

 지방 호족들이 득세하더니 궁예(弓裔)가 명주(강원도 강릉)를 습격하고 견훤(甄萱)이 무진주(전남 광주)를 점령하며 후삼국 시대의 길을 활짝 열었다. 신라 정부는 더이상 나라를 통제할 능력을 잃었다. 진골귀족들이 왕권 다툼을 벌이다 오래전 쇠락한 국력의 모든 짐을 진덕여왕 어깨 위로 떨어트리며 그녀에게 책임 지웠다. 신라 최초로 스스로 왕위에서 내려온 여왕은 조카 효공왕에게 왕위를 넘기며 쓸쓸히 사라졌다.  정리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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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보기 : 장창호TV [62] 진성여왕이 음탕하다고

삼국유사 진성여왕 거타지(居陀知) 조 부분에 드러난 왕거인이 서라벌 거리에 뿌린 비방글이 기록되어 있다. 글의 내용은 '신라는 망한다! 여왕과 (국정을 농단하는) 위홍. 부호 때문에 망한다'라는 뜻을 지닌 다라니(陀羅尼) 은어 “나무망국 찰니나제 판니판니 소판니 우우삼아간 부이사바하 (南無亡國 刹尼那帝 判尼判尼 蘇判尼 于于三阿干 鳧伊娑婆訶)”. * 나무(南無) : 절대적인 믿음 / 찰니나제(刹尼那帝) : 진성여왕 / 소판(蘇判) : 여왕의 애인인 위홍 / 부윤(鳧伊) : 여왕의 유모인 부호 / 사바하(娑婆訶) :  앞의 내용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빈다. 삼국유사 규장각본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출처.
삼국유사 권2 제2기이 진성여대왕 거타지(居陀知) 조에 남겨진 왕거인이 서라벌 거리에 뿌린 비방글이 기록되어 있다. 글의 내용은 '신라는 망한다! 여왕과 (국정을 농단하는) 위홍. 부호 때문에 망한다'라는 뜻을 지닌 다라니(陀羅尼) 은어.
“나무망국 찰니나제 판니판니 소판니 우우삼아간 부이사바하 (南無亡國 刹尼那帝 判尼判尼 蘇判尼 于于三阿干 鳧伊娑婆訶)”. 삼국유사 규장각본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출처

* 나무(南無) : 절대적인 믿음
* 찰니나제(刹尼那帝) : 진성여왕
* 소판(蘇判) : 여왕의 애인인 위홍
* 부윤(鳧伊) : 여왕의 유모인 부호
* 사바하(娑婆訶) :  앞의 내용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빈다.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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