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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숙 시인이 특유의 상상력과 감각을 담은 신간 시집 '만 개의 손을 흔든다'를 펴냈다. 

 

송은숙 시인
송은숙 시인

"물의 표면에 바짝 귀를 대고 수련은 물의 소리를 듣고 있다// 연못이 얼음의 뼈를 허물 때 움푹 팬 상처 자리를 햇살이 핥아 주는 소리/ 물의 무게를 견디며 물수세미가 자라는 소리// 몸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귀인 수련이 듣는 것은/ 물 안쪽의 소리인지 물 밖의 소리인지/ 그러니까 수련의 귀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 걸까"(송은숙 시 '수련의 귀' 중에서)
 
송은숙 시인이 특유의 상상력과 감각을 담은 신간 시집 '만 개의 손을 흔든다'를 펴냈다. 
 
이책은 지난 2017년 펴낸 '얼음의 역사'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일상적 상황에서부터 무심히 흘려보낸 역사적 시간, 그리고 전 지구적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재난 모습까지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적 국면들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나아가 자신만의 감각을 통해 발견한 틈과 경계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몸을 맞대고 살아가는 일상 안으로 새로운 인식을 도입하고자 한다. 
 
책은 총 4부로 나눠 50여 편의 시를 수록했다. 
 
살기 위해 나선 길에서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허공의 집',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많은 문제점 이면에 숨어 있는 육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노란 길, 빨간 피' 등의 시가 눈길을 끈다.
 
또한 옛 소련 지역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언급하는 '붉은토끼풀꽃'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관심사가 폭넓게 그려진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송 시인의 시는 경계를 확정하고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나아가 시인은 이를 통해 하나의 보편적인 주제를 내세우기보다 그와 같은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를 시 쓰기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송은숙 시인은 2004년 '시사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펴낸 책으로 시집 '돌 속의 물고기' '얼음의 역사', 산문집 '골목은 둥글다' 등이 있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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