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뜻을 둔 집안에 심던'학자수'…갱년기 증상에 효능
학문에 뜻을 둔 집안에 심던'학자수'…갱년기 증상에 효능
  • 김영덕
  • 2021.09.02 19:31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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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U+울산근교 약초 산책] 3. 회화나무
콩과 식물로 8월에 피는 하얀꽃 '괴화'
동의보감서는 치질·가슴앓이 등에 처방
만개했을때 보다 꽃봉오리 약효 더 좋아
경주 양동마을 고택 둘러싼 회화나무.
경주 양동마을 고택 둘러싼 회화나무.

몇 년 전 8월 아이들과 경주 양동 마을에 놀러간 적이 있다. 양동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보전 되어 유서 깊은 고택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고택보다 키 큰 나무들이 먼저  들어 왔다. 집집마다 커다란 나무가 눈에 띄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는 아까시나무 같았다. 잎과 꽃이 특히 아까시나무를 닮았는데 꽃 피는 시기가 아까시나무와는 다른 8월이어서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다. 가까이 가보니 회화나무였다.

# 경주 양동마을 수놓은 꽃
회화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회화나무라는 이름은 한자명 '괴화(槐花)'를 중국 음으로 읽은 회화(또는 홰화)에 '나무'를 추가해 만들어졌다'라고 했다.

회화나무는 8월에 꽃이 활짝 핀다. 아까시나무 꽃이 필 때처럼 벌들이 꽃마다 매달려 있고 키 큰 나무에는 매미 소리가 쩌렁 쩌렁 울려댄다. 두 나무 모두 콩과 식물이라서 잎도 꽃도 수피도 비슷한 데가 있다. 두 나무의 차이는 가시의 유무. 회화나무는 가시가 없고 아까시나무는 가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화나무는 어린 가지가 녹색이라는 것이다.

하얀 꽃을 피운 양동마을 회화나무.
하얀 꽃을 피운 양동마을 회화나무.

양동마을에 회화나무가 그렇게 많은 것이 궁금했다. '나무사전'의 설명을 읽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회화나무는 흔히 '학자수學者樹'라 칭한다. 그 이유는 봉건사회였던 주나라에서 선비(士)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유교 관련 유적지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라는 설명과 '갈잎 큰 키 회화나무의 꽃은 음력 7월경 연한 황색으로 핀다. 옛적에 회화나무 꽃 필 무렵 중국에서는 과거시험 중 진비(進士)시험을 치렀다. 진사 시험 시기를 '괴추(槐秋)'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시험에 응시하러 가거나 합격했을 경우 집에 회화나무를 심곤 했다'라는 설명을 통해 회화나무를 학자수로 인식하고 심고 가꾸며 사랑해 왔기에 양동마을에 오래된 회화나무가 많은 것이 이해 되었다.

《동의보감》에 회화나무를 기원으로 하는 약물이 많이 나온다. 회화나무열매, 회화나무가지, 회화나무속껍질, 회화나무진, 회화나무 꽃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중 회화나무 꽃을 괴화(槐花)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서 괴화에 대해 설명하기를 '괴화, 회화나무꽃. 다섯 가지 치질과 가슴 앓이를 낫게 하며, 뱃속에 벌레를 죽이고 장풍(腸風)으로 피똥을 누는 것과 적백이질을 낫게 하며, 대장의 열을 내린다'라고 했다. 

괴화는 량혈지혈(凉血止血)하고 청간강화(淸肝降火)하는 효능이 있어 주로 출혈 질환과 갱년기 증후군, 안과 질환에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괴화는 성미가 약간 차고 쓰므로 저혈압이 있거나 허한(虛寒)한 자 그리고 임산부에게는 처방하지 않는다.

괴화에 대해 좀 더 세분해서 말하자면 꽃이 피었을 때 채취한 것을 괴화(槐花)라 하고 꽃봉오리 상태에서 채취한 것을 괴미(槐米)라고 한다. 괴화와 괴미는 약효에 있어 차이가 있는데 한의사마다 선호하는 약재의 차이는 있겠지만 괴화보다는 괴미가 치료 범위와 효능이 더 낫기 때문에 필자는 괴미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금은화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금은화는 인동덩굴의 꽃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것은 만개한 꽃이 아니라 꽃봉오리를 금은화로 사용한다. 약효의 측면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까닭도 있고 만개한 꽃은 이미 기운의 절정이 지나버린 것이고 봉오리 상태는 기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므로 약력이 더 강하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울주군 상북면 천전리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옆에 자리한 당집과 당산목인 회화나무.
울주군 상북면 천전리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옆에 자리한 당집과 당산목인 회화나무.

# 울산 상북 천전리에도 400년 노거수
회화나무는 예전엔 무척이나 사랑받는 나무였던 것 같다. 울주군 두동 상북에도 수령이 400~450년 된 회화나무가 살고 있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회화나무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400년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400번의 겨울을 맞이한다는 건 어떤 걸까? 아무리 추운 겨울이 와도 천전리 회화나무는 다가오는 봄을 잊지 않았기에 400년을 이어왔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 앞에 서면 약용 가치 이전에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절망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봄을 기억하라. 천전리 회화나무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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