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교사이자 부모입니다
[기고] 나는 교사이자 부모입니다
  • 구옥순
  • 2021.09.02 19:57
  •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옥순 호계중 교사
구옥순 호계중 교사

보름 전 약 3년 전 제자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었다. 이제 고3인 제자는 몇 달 전에도 전화를 해서 본인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심정을 한 시간 가량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의 담임 교사도 아니었고 중학교 1학년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창체 시간에 만난 학생이었는데 그 학생이 중3이었을 때 독서토론 동아리를 함께 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나에게도 흐뭇한 추억이 있는 제자들 중의 한 명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선생님' 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적잖이 당황한 나는 잠시 지인들과의 만남을 벗어나 전화기 너머 전해오는 그 아이를 마음을 읽으려 하였다. 그리고 얼떨결에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 딸 아이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만남을 약속해 버렸었다. 중학교 시절, 누구보다 혹독한 사춘기를 경험한 딸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누구보다 말이 잘 통하는 벗으로 성장하였다. 

 학교 거부증과 부모와의 갈등, 학업 포기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딸은 이제 가끔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는 일을 하곤 하는 딸을 지켜 보면서 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 차례 약속을 미루고 만난 아이는 중학교 때와 또 잠시 보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아이다운 몸매가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찌들어 보였고 피부 트러블까지 있었다. 딸 아이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딸 아이는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가 있는데 성적이 점점 떨어져서 너무 힘들다며 중간 중간 눈물을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이 학생의 문제는 우리 대부분의 고3이 겪는 문제이자 아픔이기도 한 것이다.
 어른이자 교사이고 또 한 가정의 부모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학생이 하는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맛있는 것을 사 주는 것 외에 어떤 방법이 있단 말인가? 부모님에게 힘듦을 말하지 그랬니? 라는 질문에 말씀드렸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다 힘들어"라는 말씀이었다고. 

 고 2때는 시험을 2주 앞두고 간이 나빠져서 입원했는데 시험공부 때문에 입원 날짜를 다 채우지 못하고 퇴원해서 공부해야 했다고 하면 또 한 번 눈물을 글썽이는 제자를 보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새삼 마음을 아리게 했다. 이런 아이에게 교사는 어떻게 위로해 주는 것이 좋을까? 부모는 또 어떻게 해 주는 것이 좋을까? 

 교사이자 또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한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지은(가명)아, 넌 참 소중한 아이야.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성적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너의 인생에서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참 중요한 시간이지만 또 흘러가는 시간이기도 해. 니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그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묵묵히 견디지만 말고 주위 어른들,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구체적으로 너의 상황과 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슬럼프를 잘 이겨내서 훗날 너처럼 힘들어하는 또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카페에서 나와 만두며 떡볶이까지 먹고 돌아가는 제자의 얼굴이 처음보다 밝아진 것을 보며 나 또한 처음 만났을 때보다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치열하게 사춘기를 겪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말을 전하는 자녀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나의 일상 속으로 돌아왔다. 

로그인을 하면 편집 로그가 나타납니다. 로그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회원 / 비회원 )
울산신문은 여러분의 댓글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댓글. 도배성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위배되는 댓글은 삭제 될수도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