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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규 동부소방서장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폭염의 날들이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고 더 짙어진 하늘색이 이제는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면 추석 연휴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린아이와 어른들 모두 같지 않을까. 우리 소방관들은 추석이 다가오면 기쁜 마음도 잠시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더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울산은 최근 3년간 추석 연휴 기간에 2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1명의 인명피해와 약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주택에서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 원인으로는 음식물 조리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았다.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깜빡 잊고 외출을 하는 등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이고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지만 그 고민의 끝은 언제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로 귀결된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와 경보를 울려 대피하도록 알려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말한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 대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소방시설로 1인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안전 필수품이 됐다.
 
주택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2년 2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단독주택(단독·다중·다가구)과 공동주택(아파트를 제외한 연립·다세대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많지 않다. 지난해 울산광역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주택 1,540가구 중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한 가구는 733가구(47.6%)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독려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왜 이렇게 설치율이 낮을까? 그건 아마도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 아닐까.

또 법적으로는 의무사항이지만 이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안전을 생활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작은 실천을 해야 한다. 
 
작은 실천의 첫걸음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매해 설치하는 것이다. 
 
혹시 구매나 설치가 어려운 분들은 가까운 소방서나 119안전센터에 문의를 하면 구매부터 설치방법까지 상세히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설치가 어려운 분들은 원스톱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된다.
 
나의 가정과 이웃의 가정을 지켜주는 소중한 주택용 소방시설은 모두가 잠든 사이 유일하게 화재를 알려주는 알리미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조심스럽고 선뜻 누군가를 만나기 쉽지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소중한 사람에게 주택용 소방시설과 함께 안전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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