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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作 원효봉에서 바라본 백운대.

 

이선호 수필가
이선호 수필가

오늘도 자연에 대한 열망을 품고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북한산 원효봉 능선을 탔다. 진즉부터 자연은 매스컴에서 엿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묻혀서 함께 지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낮의 뜨거운 불볕이 꺾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노란 달맞이꽃과 9월의 파란 눈을 닮은 달개비 꽃의 순수함, 파란 가을 하늘에 화려하게 수놓은 뭉게구름의 향연, 점점 고개 숙이는 억새풀, 잦은 비로 지면에서 뿜어 나는 냉기, 따사로운 햇볕, 맑은 바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의 기온, 그리고 보면 볼수록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웃고 고상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이 진정 가슴속에 스며드는 행복이다.
 
북한산의 주봉들이자 아주 잘생긴 백운대, 만경대, 염초봉, 노적봉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원효봉은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다. 자주 가는 동일한 코스지만 매번 다른 색깔로 새로운 감흥을 불러오는 등로의 풍광들, 곳곳마다 아름다운 추억들을 묻어놓아 북한산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어디에도 비길 데 없는 곱고 예쁘고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 산은 인간 기원의 태동지인 자연의 중심에 서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차별 없이 반갑게 맞아주는 자연의 넉넉한 베풂과 너그러운 포용은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아직 산 오르는 데 불편 없는 두 다리 덕분에 이 높은 곳까지 오르는 행운에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세속을 탈피한 자연 속에서 경관에 취하고 맑은 공기에 감사하고 준비해온 맛있는 점심에 감탄하며 시원한 바람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흥얼거리니 이보다 더 진한 행복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 떠오른다. “자연에의 몰입이 인간을 조악한 물질적 삶에서 숭고한 영적인 경지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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