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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덩굴 입사귀에 숨어든 달팽이 형제.
한삼덩굴 입사귀에 숨어든 달팽이 형제. ⓒ김영덕

  새벽 산책은 언제나 언양읍성이다. 읍성을 둘러보며 밤새 다들 잘 잤는지 하나하나 살펴본다. 꽃이 지는 식물도 있고 피는 식물도 있다. 줄어드는 식물도 있고 늘어만 가는 식물도 있다. 올해 언양읍성에서 제일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이 있다. 해마다 더 무성하게 번성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삼덩굴(환삼덩굴 : 표준국어대사전)이다.

환삼덩굴·율초 등으로 불리기도

 한삼덩굴 이름의 유래에 대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서는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은 '한'과 '삼'과 '덩굴'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한'은 많다 또는 흔하다라는 뜻의 옛말이고 '삼'은 삼(대마)의 잎을 닮았다는 뜻이며 '덩굴'은 덩굴식물이라는 뜻이다. 즉,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삼의 잎을 닮은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라고 하였다.
 언양읍성의 구석구석에 한삼덩굴이 자라고 있다. 한삼덩굴은 주변을 금세 잠식해 버린다. 번식 속도가 아주 빠르고 군집을 쉽게 이루기 때문에 세력이 강해지면 다른 식물들은 살기 어려워진다. 한삼덩굴은 미움을 많이 받는 잡초이다. 농부에게 한삼덩굴은 골칫거리이다. 스치기만 해도 풀독이 오르고 번식이 너무 빨라 주변의 농작물을 감고 올라가 고사시켜 버린다. 아무리 뽑아내고 베어버려도 어디선가 또 나타난다.
 그런 골칫거리인 한삼덩굴이 예전에는 약초로 많이 사용되었던 것 같다. '동의보감'에 한삼덩굴이 기재되어 있다.
 한삼덩굴의 한약명은 율초다. '동의보감'에서 '율초(한삼덩굴).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5림을 낫게 하며 수리(水痢)를 멈추고 학질을 낫게 하며, 나병의 부스럼을 주로 치료한다. 곳곳에서 나는데 덩굴이 뻗으면서 자란다. 여름철에 줄기와 잎을 뜯어 쓴다.'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에 기재되어 있는 한삼덩굴을 사용하는 증상들은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다. 시대에 따른 질병의 변화로 인해 지금은 한삼덩굴을 사용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자락 아래 언양읍성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한삼덩굴이 왕성한 생명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자락 아래 언양읍성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한삼덩굴이 왕성한 생명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김영덕

세력 강해지면 다른 식물 살기 어려워져

 한삼덩굴은 덩굴식물이다. 생명력이 너무나 강한 덩굴식물이다. 못 사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없는 곳이 없다. 한삼덩굴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덩굴로 쭉쭉 뻗어나가는 특성이 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질환으로 한삼덩굴을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다른 증상에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 실마리를 보게 된 것은 '우천임상요결(又川臨床要訣)'이었다.
 '우천임상요결'에서 소양인의 고혈압, 현훈(眩暈)에 자강지황탕(滋降地黃湯)을 처방했는데 처방의 구성 약물로 초결명(草決明), 숙지황(熟地黃)과 함께 군약(君藥)으로 율초를 처방하고 있다.
 덩굴식물의 특성은 쭉쭉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뻗어가는 속도 또한 빠르다. 인체에서도 덩굴식물의 그런 특성이 그대로 발현된다. 막힘없이 뻗어나가 모든 경락을 잘 소통 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팔다리 근육이나 관절이 아프고 저린데 효과적일 수 있고 기운을 잘 소통시켜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덩굴의 특징을 '생태본초'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덩굴은 과와 관계없이 뭉친 근육을 풀고 경락을 소통시키며, 풍습비통(風濕痺痛)을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부기를 가라앉히며, 살충하고 해독한다.', '결국 덩굴은 구불구불 자라면서 막힘없이 소통시키는 특징이 있기에, 인체에서도 막힌 부분을 잘 뚫는다. 근육이 뭉친 것을 풀어주고, 풍습에 막힌 경락을 뚫어 비통(痺痛)을 치료하며, 수도가 막혀 부종이 생긴 것을 치료하고, 기혈이 막혀서 생긴 종기를 뚫어주며, 생리가 막힌 것과 젖이 막혀 나오지 않는 것도 뚫어준다.'
 한삼덩굴에 대한 임상경험이 부족하지만 한삼덩굴의 특성을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하다 보면 아주 유용한 약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삼덩굴 사이로 포동포동 살이 찐 청개구리가 먹이를을 찼고 있다.
한삼덩굴 사이로 포동포동 살이 찐 청개구리가 먹이를을 찼고 있다. ⓒ김영덕

임상경험 축적된다면 유용한 약초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기후의 변화로 약초 재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한약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재배하지 않아도 자연 상태에서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많다. 그런 식물들의 약용 가치를 알게 된다면 한약을 사용하면서 기후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삼덩굴은 사람에겐 골칫거리이지만 곤충과 동물들에게는 먹이가 되어 주고 서식처를 제공해 주며 무더운 여름날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하는 좋은 친구이다. 한삼덩굴에 대해 좀 더 알아간다면 언젠가는 한삼덩굴이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한삼덩굴은 골칫거리가 아닌 귀한 약초로 다가올 것이다. 한삼덩굴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한삼덩굴은 오리가 아닌 백조일 수도 있을 테니.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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