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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김종원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세상 온갖 이야기 다 품어 안고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넘실넘실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힘들고 막막할 때도
 
이리 오라 어서 오라고
아리고 시린
상처 다 보듬어 안아주고
 
철썩 처얼썩 쏴~아~아
함께 뒹굴고
함께 둥글어져 가기
때문이다
 
△김종원: 1960년 울산 출생. 1986년 <시인> 4집'시인이여 시여'로 등단. 서울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전공 석사. 울산작가회의 수석부회장 역임. 시집 '흐르는 것은 아름답다' '새벽,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다시 새벽이 오면' '길 위에 누워 자는 길'. 시선집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나는 별같이 살라하고' 

도순태 시인
도순태 시인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마주보고 서는 일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시작이다' 시인의 말이다. 낮은 목소리에서 따뜻함이 높은 톤으로 와 닿는 말이다. 서로를 바라보며 사는 일, 쉬운 듯 어려운 것이다. 더군다나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대의 눈을 보며 이야기 해본 적이 오래되었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시작'을 시도도 못하고 사는 지금 시인은 바다의 넘실대는 포용을 펼쳐 보인다. 사람의 한계를 벗어나 자연에서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인 안에는 바다와 같은 너그러움이 잔재해 있음도 알 수 있다. 시인의 여러 시집에서 오는 분노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 곧 다 같이 행복해지는 염원들이 시에 녹아 있어 시집을 읽는 내내 온몸이 더워졌다.
 
 바다란 언제나 넓은 가슴을 드러내어 슬픈 사람에겐 보듬어 줄 수 있고 기쁜 일에는 같이 어깨를 덜썩이며 출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누구나 바다 앞에서는 작아진다. 수많은 사연들을 들어주고 봐주면서 한 번도 티 내지 않고 '덤덤하게' '어우러지기' 하는 바다는 어쩜 시인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힘들고 막막할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리 오라 어서 오라고' 절규 같은 소리가 다급함보다 자꾸만 평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짐 또한 이 시가 주는 낮은 소리 속에 은근히 강렬함에 끌리게 하는 것이다.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가 '함께 둥글어져가기/ 때문이다'. 어쩜 고백처럼 들리는 바다의 예찬이 우리네 삶의 한 지표가 되었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 일 수도 있겠다. 곧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이라는 시인의 말과도 서로 내통하고 있음이 아닐까. 시가 긴장감 대신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읽을수록 마음을 데워주는 힘이 있어 시인의 바다를 이 가을 맨 앞에 세워 함께 뒹굴어도 좋을 듯하다. 그런 바다 해안선 한 자락 안에 넣고 살아가고 싶어지는.  도순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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