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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전반적으로 고용 훈풍이 불었다. 통계청이 그저께 발표한 '9월 고용동향' 보고서가 그렇게 나왔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4차 확산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만1,000명 증가했다. 지난 3월(31만4,000명)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라 한다. 증가 폭도 2014년 3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용률은 61.3%로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올랐고 실업률도 0.9%포인트나 떨어진 2.7%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동월 기준으로 2013년(2.7%)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라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뚜렷한 회복세'라고 평가할 정도라면 적어도 고용시장에서 불황은 이미 탈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울산 지역만 한정해 보면 딴 세상이라는 점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전국의 통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지난달 고용률은 58.6%로 전국 평균 61.3%에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부산 56.6% 광주 58.5%와 함께 고용률이 낮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고용률이 전국 최저 수준이다 보니 당연히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울산 실업률은 2.8%였는데 전국 대다수 지역보다 높은 비중이다. 울산보다 높은 실업률의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경남 3.1%가 유일했다. 울산은 여전히 고용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취업자 ·실업자 수 동반 하락 기현상 지속

 울산지역 취업자 수를 보더라도 56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00명(-0.3%) 감소했다. 그런데 실업자도 1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명(-17.8%) 줄었다. 취업자와 실업자가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울산에선 지속되고 있는 점도 아리송하다. 통상적으로 한쪽이 상승하면 다른 쪽은 하강하는 상반되는 '디커플링' 곡선을 그려온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7월부터 3개월째 연속되고 있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이런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울산을 빠져나간 '엑소더스 인구'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했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에 구직을 포기한 취준생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9월 울산 경제활동인구는 57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0.9%) 감소했고, 경제활동참가율도 60.3%로 전년 동월 대비 0.3%p 떨어졌다. 이런 탓에 지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38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00명(0.4%) 늘었다. 이는 일자리를 구하다가(경제활동인구로 분류)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서 구직을 아예 단념하는(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 사람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결국 탈 울산에 고용의 문까지 닫힌 상황이다 보니 아예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현저히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전국에서 울산지역 고용시장만 '나홀로 저조'한 형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쉬움이 적지 않으나 탈출구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다. 

질 좋은 일자리 제조업 감소세 여전…고용 양극화 심화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의 질' 문제다. 마지못해서 하는 취업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질 좋은 일자리의 대표격인 제조업 분야의 취업자 감소 추세가 여전하다. 울산에서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포함)가 전년 동월 대비 5,000명(5.3%) 늘었지만, 임금근로자는 7,000명(-1.5%)이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대면 업무의 증가로 일반 사무직의 중간 숙련 일자리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대신 배달 일용직 같은 저숙련 일자리와 고기술, 고숙련 일자리 비중은 증가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게 걱정이다. 질 좋고 안정된 일자리는 채용의 주체인 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이 더 절실해졌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채용 의지를 북돋우는 일이 전제돼야 고용 현장의 악습이 해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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