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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11억원이 넘는 연구비 잔액을 교수 개인별 통장에 적립해 개별 회의비·출장비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과기정통부와 UNIST 등 4개 과기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운용 중인 '잔고계정' 규모가 40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 종료 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 별 통장에 적립했다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제도다. 개인연구지원비, 산업체재투자통합과제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인건비 셀프지급' 등 일부 경우만 제외하면 연구책임자가 기간·용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은 연구비를 연구자의 자유로운 연구 탐색 활동에 활용한다는 게 본래 취지지만,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크다. 일반 연구비와 달리 사용기한의 제한도 없고, 용처 제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다.


 실제 이 제도를 운용 중인 UNIST의 작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잔고계정 집행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63개 계정의 잔고에는 총 11억 6,200만원의 개인연구지원비를 확인했다. 전체 2,535건 중 56%인 1,414건 지출이 회의비·출장비였다.


 잔고계정이 과기원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도 문제다. 과기원과 마찬가지로 공공·민간 위탁 과제를 모두 수행하는 출연연에는 잔고계정 제도가 없다. 남는 연구비는 자체 정산하거나 기관운영비로 흡수한다. 


 조 의원은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구비가 연구비답게,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가 강조했다. 
 서울=조원호기자 gemofda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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