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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내달께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청을 하게 될 울산의료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가 내놓은 울산의료원 건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공공 종합병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심뇌혈관 진료를 하는 신경과와 응급의학과를 포함한 500병상 규모, 22개 진료과목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 대비한 음압입원병실 20개를 건립하고 이밖에 정신과 30개 병상, 호스피스 10개 병상 등 총 500병상 규모의 공공 종합병원을 건립해 포괄 2차 진료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울산시가 이같이 결정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국가에서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중증 응급기능 수행과 감염병 위기 발생시 응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400병상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점은 감안했다고 한다. 더불어 울산시민 인식 조사 결과 높은 수준의 진료 보장이 28.6%, 종합병원 역할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가 24.5%로 나와 이를 반영한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500병상 규모 구축 감염병 대응 등 공공보건의료 거점 역할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지방의료원 설립 절차에서 최대 난관은 결국 예비타당성 면제의 성사 여부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국가 재정법에 따라 예타를 받아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수익성이 낮기에 예타 제도가 1999년 시행된 이후 통과된 전례가 없어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대전과 서부산의료원, 경남진주공공병원설립에 예타 면제를 한 선례도 있다. 더욱이 예타가 진행되면 수행 기간만 2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의료원 설립이 상당 기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울산의료원의 명분과 예타면제 논리를 확고히 마련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울산의료원 설립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기에 하는 말이다. 지방 공공의료원은 경제성을 뛰어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민 건강권 확보와 지역별 의료시설 격차 해소, 응급 대응 체계 구축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사회기반시설이다. 열악한 지방의 공공의료시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의료원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의료취약계층 지원과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힘을 쏟을 수 있다. 그만큼 지방의료원은 지역을 근간으로 그 기능과 역할 면에서 중차대한 일을 한다. '의료 안전망 구축'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복지'를 이룬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시민 생명·안전 위한 사업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해선 안 돼

 그렇다고 울산의료원 설립의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마음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주시와 울산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공의료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시민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에 함께 나서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취지로 업무협약을 맺은 만큼 양측 모두 의료원 설립을 위한 예타 면제 통과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양측은 보건·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할 경우 국무회의 의결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현행법을 들어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울산시가 지난 9월 완료한 울산의료원 설립 범시민 서명운동 결과물인 22만2,251명의 서명지를 정부에 전달해 울산시민들의 간절함을 알린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각 정당과 정치권도 지역간 의료 시설 불균형과 공공 의료시설 부족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이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만반의 준비로 명쾌한 결과를 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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