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교에서 누군가는 죽는다
매년 학교에서 누군가는 죽는다
  • 박재우
  • 2021.10.21 18:37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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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재우 약사초 주무관
박재우 약사초 주무관
박재우 약사초 주무관

올해 8월, 대구의 모 고등학교 행정직원이 변전실을 점검하던 중 감전되어 사망했다. 지난 11월에는 성남의 모 중학교 행정실장이 옥상 변압기를 점검하던 중 감전되어 중증 화상을 입고 한쪽 팔을 절단했다. 


 이들 모두 아내와 아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순식간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빠를 잃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시설업무를 맡은 같은 행정직원으로서 안타깝고, 슬프고, 화까지 난다.


 성남의 감전 사고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전기 설비를 건드렸기 때문에 발생했다. 보통 비가 오는 날은 전문가들도 전기 만지는 것을 꺼린다. 그렇다면 당사자는 전기 설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했거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행동을 했거나, 혹은 당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급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시설업무를 맡으며 느낀 점은, 학교에서는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교 전체가 정전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마침 수업 시간이어서 모든 수업이 중단됐다. 담당자로서 급히 업체 기사님께 전화하니, 기사님은 원인 파악을 위해 고압 설비에 들어가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했다. 뭣도 모르고 고압 설비에 들어가 시키는 대로 사진을 찍었는데, 지나고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그곳에 들어간 순간, 전봇대에서 불이 번쩍했다면? 대구의 사망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8월에는 장마가 있었다. 하루는 옥상 LED 시계에 빗물이 들어가 차단기가 떨어졌다.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교직원 한 명이 떨어진 차단기를 빨리 올려달라고 했다. 원인 파악이 먼저라고 설명했지만, 몇 번 다시 올려보면 안 되냐고 아주 쉬운 일처럼 말했다. 이미 누전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차단기는 올리자마자 바로 다시 떨어졌고, 그 순간 찌직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장갑을 낀 손에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9월에는 방화 셔터가 갑자기 떨어졌다. 비상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렸고, 급히 달려가 보니 오작동이었다. 다행이라 생각한 것도 잠시, 셔터 주변에는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듯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 순간 2년 전 김해에서 발생했던 방화 셔터 목 끼임 사고가 불현듯 아찔하게 떠올랐다.


 사실 나는 시설업무를 맡은 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연수원에서 주관하는 학교시설 연수를 들은 것도 최근이다. 아마 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시설업무를 맡았다면, 꽤 섬뜩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 전기 설비를 아무렇지 않게 건드렸을 것이고, 방화 셔터가 떨어진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차단기가 떨어지면 무턱대고 올려버리고, 올라간 차단기를 보며 '음~잘됐네'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혹여나 관리자가 위험한 지시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른 채 따랐을 것이다.


 학교의 시설업무는 전기, 가스, 소방, 승강기, 어린이 놀이시설, 미세먼지, 저수조, 석면 등 너무 많고 다양해서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그리고 대부분은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사례들처럼, 전문업체가 나서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하고, 전문업체에 부탁하기 미안할 정도로 사소한 문제도 많이 발생한다.


 현재 교직원이 이수해야 하는 안전교육은 법정의무교육으로 정해져 있다. 문제는 3년간 15시간의 온라인 연수가 의무교육 전부이며, 심지어 교육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시설 연수는 선택사항이다. 
 몇 시간의 온라인 연수와 종종 진행하는 시설 연수로 담당자의 전문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반복되는 사고의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있는지 의문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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