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우줄 우줄 춤추는 새
두루미, 우줄 우줄 춤추는 새
  • 김성수
  • 2021.10.26 19:14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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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민요 속 새 이야기]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철새홍보관장

'학도 뜨고 봉도 떴다. 
강상 두루미 높이 떠서
두 나래 훨씬 펴고
우줄 우줄 춤을 춘다'(민요 태평가 中)

태평가(太平歌)는 나라 사람들이 태평함을 기뻐해 굿거리장단에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는 민요 가수들이 반드시 즐겨 부른다. 태평하기를 바라는 노래이며 태평이 꾸준하기를 바라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태평은 태화(太和)의 결과로 나타난다. 태화는 두루미(학은 두루미의 한자 말이다)와 연관되며 물과 연관된다.

울산의 중심강의 이름이 태화강인 이유이며, 태화동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울산의 별호(別號=별명으로 부르는 이름)가 학성(鶴城)이라 부르는 이유다. 학성의 다른 이름은 수향(水鄕)이다. 수향은 물이 풍부한 고장의 일컫는 말로 울산을 수향이라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태화강, 동천, 서천(척과천의 옛 이름), 내황강, 외황강, 회야강 등 크고 작은 강(江)과 천(川)이 있기 때문이다.

강천의 발달은 넓은 습지를 만들며, 넓은 습지는 두루미를 날아들게 하며 꾸준히 살게 하며 춤추게 한다. 두루미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두 날개에 있다. 강가인 강상(江上=汀邊, 혹은 모래톱)에서 두루미가 두 나래 훨씬 펴고 우줄 우줄 춤을 춘다는 태평가 가사가 말해주고 있다. 

두루미는 몸집이 큰 물새다. 큰 몸집의 두루미가 두 날개를 활짝 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참으로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넓은 습지 어디선가 울음 우는 두루미를 비유해서 표현한 사자성어가 구고학명(九皐鶴鳴)이다.

하지만 두루미의 울음은 일반적인 새 울음소리로 표현되는 명(鳴)자보다는 구태여 려(唳)자를 사용해 학려(鶴唳)라고 표현한다. 두루미의 격(格)을 한껏 높이려는 의도다. 울산의 지명 가운데 무학산, 학성동, 학산동, 학남, 비학(飛鶴), 회학(回鶴) 등 학자(鶴字)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학이 서식한 울산 생태환경의 바탕에서 비롯됐다.

지난 18일 흑두루미 3마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을 찾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대형 겨울 철새 두루미는 크게 3종이다. 즉 흑두루미, 재두루미, 두루미다. 

흑두루미는 순천만을 찾고 재두루미와 두루미는 철원 평야를 찾는다. 두루미는 안심되는 잠자리,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넓은 공간의 먹이가 있는 서식지를 찾는다. 순천만과 철원 평야를 찾는 3종의 두루미의 마릿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두루미는 주로 물가를 중심으로 서식하기 때문에 인문학적으로 수신(水神) 즉 물의 신에 비유된다. 그런 연유로 사찰의 전각(殿閣) 혹은 정자(亭子)와 루(樓) 등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건물 대들보 혹은 벽에 용과 함께 그려진다. 이러한 문화의 목적은 불의 신(神)으로 부르는 화마(火魔)를 퇴치하기 위한 주술적 의미로 그려진다. 조상들은 화재에 취약한 목재로 지어진 건축물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유비무환의 방편에서 생성된 문화다. 두루미는 불의 신을 제압하고 쫓는 벽사조(闢邪鳥=삿된 기운을 쫓는 새)로 상징된다. 울산 태화루 대들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루미는 신선들의 이동 수단으로 타는 가마 역할로 나타난다. 구름 수레 운거(雲車)와 학 가마 학가(鶴駕)로 표현된다. 

학가는 울산 계변천신 설화에도 등장한다. 계변천신은 금신상(金身像)을 모신 쌍학을 타고 학성산에 내렸다. 가학루(駕鶴樓)는 울산 동헌에 자리하고 있다. 두루미 춤은 두루미의 여러 가지 행동을 춤으로 표현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학춤이라 부른다. 

학춤은 크게 학무, 학춤, 학작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학무는 탈 학춤으로 궁중 학무라 부른다. '악학궤범'의 학무와 한성준이 1935년에 선보인 한성준류 학무 등 두 가지가 전한다. 학춤은 갓 학춤 혹은 민속 학춤으로 부른다. 동래학춤, 양산학춤, 울산학춤 등 세 가지가 여기에 속한다. 학작법(鶴作法)은 승려들이 수륙 대재, 천도재 등 의식에서 추는 작법으로 통도사 학춤이 전한다.  

수년 전부터 울산에서도 두루미를 사육하자는 분위기가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쉬웠다면 누구인들, 어떤 단체인들 못 했겠나 쉽다. 중요한 것은 먼저 두루미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인식변화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학성(鶴城)에 학려(鶴唳)가 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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