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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손수여
 
어두운 곳을 밝히는
 
한 몸 기꺼이 살라
 
그늘진 세상을 환하게
 
온몸으로 뽑아 올린
 
눈물의 찬연한 불꽃
 
남을 위해 바치고도
자취조차 남기지 않는
 
성스러운 저 해탈.
 
△손수여 ·문학박사 전) 대구대 교수. '시세계' '한국시학' 시 등단. '월간문학' 문학평론 등단. 제34회 펜문학상(국제P.E.N 한국본부 2018)
·제9회 대구의 작가상(2018) 제4회 도동시비문학상(공모) 수상(2020) 등
·대구펜 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화선양위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문학비평가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죽순문학 감사 등
·시집 '설령 콩깍지 끼었어도 좋다' 등 7권.
·평론 '매헌 윤봉길의 문학사적 위상조명' 등
·학술서 '국어 어휘론 연구방법' '우리말 연구(공저)' 등 8종.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촛불! 그는 희망이고 미래이고 자비다. 법당 대웅전에서 시 공간을 넘어 중생을 구제하는 소리 없는 언어이고 제사상에서 영혼을 부르는 춤사위다. 
 육체의 완전한 비움을 통한 헌신의 아리아, 지상에서 가장 투명한 기도이다. 
 
 "온몸으로 뽑아 올린/ 눈물의 찬연한 불꽃/, 남을 위해 바치고도/ 자취조차 남기지 않는/ 성스러운 저 해탈"
 
 손수여 시인은 온몸을 태워 찬연한 불꽃이 되다가 제 몸 불살라 자취조차 남기지 않는 그를 성스러운 저 해탈로 시의 결구를 맺는다. 이 마지막 행은 독자들을 숙연케 한다. 그리고 차분히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 양초는 살신성인(殺身成仁), 곧 희생의 표본이다.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것은 그의 희생을 통한 희망의 상징이다.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설법이며 자식 사랑의 어머니 기도다. 촛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기도가 숨결로 되살아난다. "아들, 딸 남의 눈에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말소리를 향내 되고 웃음소리 물레로 번져라" 하시던 어머니 기도말이 불꽃으로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양초' 시는 지금 코로나로 힘든 이 시대에 '경종(警鐘)을 울린다. 우리 모두가 힘든 오늘, 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반문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자기의 일상을 반납하고 코로나19 시대에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의료진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더하게 된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살얼음 위를 걷는 오늘의 우리, 나를 차분히 돌아보며 사회를 위해 나를 태울 일을 찾아 볼 일이다. 찾으면 그런 일이 분명 있으리라. 우리, 그 일을 찾아 오늘의 일기를 다시 쓰며 성스러운 해탈을 품어 볼 일이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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