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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뛴다'
'우산이 뛴다'

"태풍이 섬 끝 마을 지붕들 발랑발랑 뒤집고 있을 시간/우산도 급하다//달맞이꽃 노란 대문들 잘 붙들어 맸는지/모래톱에 놀던 백로 아이들 대숲 집에 돌아갔는지/링거가 주렁주렁 달렸던 팽나무 할머니는 무사한지//삼킬 것 찾아/우우웅 곰 울음 퍼지르는 태풍에게서/강 지켜 내려고//뛴다, 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시 '우산이 뛴다' 전문)

 남은우 시인이 태화강 이야기로 채운 네 번째 동시집 '우산이 뛴다'를 펴냈다. 

 태화강변에 30년 가까이 둥지를 틀고 사는 시인은 자칭 '태화강 시인'이라 부를 정도로 태화강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동시집에는 '손잡이 하나로 남게 되더라도' 태풍과 맞서 태화강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우산이 뛴다'를 비롯해 태화강 겨울 철새 떼까마귀를 '구둣방'으로 은유한 '까마귀 구둣방'까지 다양한 태화강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겼다.

 책은 1부 '나의 아름다운 여우 소녀', 2부 '우산이 뛴다', 3부 '까마귀 구둣방', 4부 '원숭이한테서 거울 지켜 내기'로 구성했다. 

 김준현 시인은 해설에서 "고전과 현재가 자유롭게 연결된 세계관, 맛깔나는 사투리, 다채로운 인유, 행간에 힘을 싣는 도약 정도로 최대한 축약해서 나열한다 해도 그 개개의 특징 너머 시인의 깊고 따뜻한 마음까지 다 느끼고 싶다면 하나하나 마음을 기울여 읽어야 한다"며 "그 정도로 남은우 시인의 동시의 품은 넓다. 시인이 마음먹고 끌어안으면 온 세계가 경계 없이 다 동시의 품으로 들어갈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남은우 시인은 200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 등을 수상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화성에 놀러 와' '콩알 밤이 스물세 개' 등이 있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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