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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덕산홀딩스 회장.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

-거액 기부를 결심한 배경과 계기는?
△오늘의 덕산을 있게 한 '덕산하이메탈'은 울산의 1호 향토 벤처기업입니다. 지역의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오늘날 9개 기업을 거느린 덕산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절실히 깨달은 것은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울산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고, 이것이 벤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지역의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차 UNIST의 챌린지 융합관 건립 계획을 접했고, 이것이 평소 저의 소신과 맞아 떨어졌기에 UNIST의 사업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기부처로 UNIST를 선택한 이유는?
△얼마 전 이용훈 총장님으로부터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퍼스트 무버, 유니스트'라는 책인데 총장님께서 UNIST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과, 울산의 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혁신할 바탕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창업을 하는 목표실현에 유효한 '문제해결식 교육'을 제공하면서 매년 50개 이상의 학생 창업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학생창업 붐을 조성하겠다는 총장님의 생각은 울산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제 포부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UNIST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만 보더라도 UNIST의 능력을 믿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능한 학교 경영진과 교수·직원 등 조직구성원, 우수한 학생들, 선진적인 시설과 우수한 장비들, 그리고 적극적인 국가의 지원이 가능한 UNIST라면 능히 제가 생각하는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부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가?
△기본적으로 학생 스타트업 활성화와 울산의 산업을 미래형 성장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스타트업 활성화 사업에 쓰이길 바랍니다. 


 이번 기부금은 앞에서 제가 언급한 사업들이 이뤄질 '챌린지 융합관'이라는 건물을 건립하는데 사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챌린지 융합관에서 학생들은 실전형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창업을 꿈꾸며 자신들의 생각을 실현시켰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보육공간으로, 또 보육자나 창업기획자 등 다양한 지원기관들도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평소 이공계 인재육성에 많은 관심과 다양한 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와 지원 현황은?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기업 덕산'이라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소재 관련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 임직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내건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결국 문제는 사람이 해결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게는 거의 전쟁으로 느껴졌던 사업의 경쟁 속에서 기초과학, 연구개발, 특허 등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 특히 이공계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이공계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UNIST의 젊은 과학기술인들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는?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거기에 매진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흔히 우등생은 스티브잡스가 되기 힘들다고 합니다. 특히 과학기술인들은 팔방미인형의 우등생이 되기보단 한 분야에 매진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다 우등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하는 것도 성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일 필요는 없지만, 어떤 학생들은 챌린지 융합관에서 마음껏 창업의 꿈을 펴고 울산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울산지역의 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합니다.  김지혁기자 uskjh@·사진제공 = UNIST


[9개 기업 거느린 덕산그룹]

덕산 하이메탈 전경.
덕산 하이메탈 전경.

혁신 향해 달리는 IT 소재 전문 글로벌 향토기업

중화학 중심 울산서 반도체 도전
솔더볼 개발 성공 세계시장 우뚝
재단 설립 이공계 교육 지원 꾸준

덕산그룹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소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글로벌 강소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다. 
 덕산그룹 이준호 회장은 "답습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발전시키고, 선각자 정신으로 미래발전인자를 끊임없이 찾은 것이 오늘의 덕산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혁신'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라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융용 알루미늄·아연 도금업체로 출발한 덕산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졌을 때, 이준호 회장의 선택은 '혁신'이었다. 
 중화학공업 회사들이 중심이던 울산에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최초의 공장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1999년 설립한 '덕산하이메탈'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반도체 패키징 소재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였다. 과감한 도전에 시련도 많았다. 개발 초기 불량품이 쏟아지고, 생산량도 나오지 않아 핵심인력이 유출되는 등 어려움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2002년 찾아온 후두암으로 6개월 간 병마와 싸우는 개인적 어려움도 겪었다. 전 재산을 투자한 연구개발, 수년간의 어려운 시간 끝에 이 회장은 결국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소재 '솔더볼'을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현재 덕산하이메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소재를 납품하는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국내 1위, 세계 2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후로도 덕산그룹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도전해 성장을 이어왔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도 덕산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덕산네오룩스, 덕산테코피아, DS미얀마, 덕산넵코오스 등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은 지속적으로 넓어졌다. 덕산그룹은 현재 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룹 전체 매출은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이준호 회장은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인재육성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덕산의 비전 달성을 위해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온 것이다. 덕산그룹의 주요 3개사는 전체 인력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1/3을 차지할 정도다. 


 또한 개발인력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시행해 인재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유하푸른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기부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본인의 호 '유하(裕河)'를 딴 재단은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것이다. 재단은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는데, 현재까지 80명에 5억 6,0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장학생들에게는 여름, 겨울방학을 이용한 별도의 교육도 제공된다. 


 장학사업과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적십자사 특별회비 납부, 로타리클럽 장학금 기부, 아산병원 불우환자 지원을 위한 기부,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재활원 설립을 위한 기부에 적극 나섰다.


 이준호 회장은 평소 정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경영에서 어떤 편법도 용납하지 않는 소신을 펼쳐왔다. 성실한 납세의무 준수를 통해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표창을 받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자본재 개발을 통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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