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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정 사회부 기자
강은정 사회부 기자

법정은 세상사 모든 일의 축소판이다. 하루에도 수십건, 수백건의 사건들이 법정에서 잘잘못을 따지고 가려진다. 누군가는 처벌받고, 누군가는 죄를 벗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이맘때였다. 당시 울산지법 형사11부 법정에서는 삶을 포기하려한 30대 청년 2명이 나란히 법정에 섰다. 죄명은 '자살방조미수'. 재판장인 박주영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고 판결문을 다 읽은 후 따로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피고인 2명에게 '간곡한 당부'라며 쭈욱 읽어내려갔다. 
 
박주영 판사는 그들이 왜 이러한 선택을 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사건조사를 통해 알게됐다.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삶을 의지할 곳 조차 없는 외로움 등은 사회로부터 고립당하게 했고 결국 자살 충동까지 불러일으켰다. 당시 여동생과 구치소 동료들이 보낸 탄원서는 눈물없이 읽을 수 없었다. 
 
박 부장판사는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긍정적 징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결정이 잘못된 판단이 아니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하며 '팔과 다리의 가격'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한권씩 선물했다. 한명에게는 여동생 집까지 갈 차비와 조카 선물을 사라며 20만원을 책에 끼워 넣었다. 박주영 판사의 바램이 헛되지 않았던 듯 이들은 삶에 조금씩 적응하며 새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재판장인 박주영 판사는 평소 판결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동기 제공을 한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박주영 판사를 만나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바라봐야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분이기도 하다. 
 
판사와 기자 모두 사회의 긍정적 변화와 기대를 바라는 직업 아니던가. 그런면에서 박주영 판사는 법정에서 수많은 피고인을 상대로 혹은 사회를 향해 고요한 외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이러한 분들이 많아지길 원한다. 
 
쉬는날, 박주영 판사의 두번째 책 '법정의 얼굴들'을 읽으며 계속 눈물만 흘렸다. 내가 직접 봐왔던 사건들이어서 더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 판결 취지에 십분 공감해주는 분들을 믿고 과감하게 재판했던 것 같다. 좋은 기사 계속 써주십시오." 
 
동시대에 살면서 박주영 판사를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 감히 박주영 판사에 대해 평하고 싶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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