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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UNIST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용훈 UNIST 총장은 학사과정 교육 혁신에 지난 시간을 쏟아부었다. 학사조직을 개편하고, 최신 교육 컨텐츠를 개발했다. 궁극의 '격투기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존 단계적 학습 방식이 아니라 기본기만 익히고 바로 실전에 오르는 방식. 남은 2년은 교육 혁신을 완성하고, 첨단제조연구원과 미래기반연구 추진의 과제가 남았다. 이 총장은 지난 24일,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지난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브리핑했다. 편집자  
UNIST 전경. UNIST 제공
UNIST 전경. UNIST 제공

# 과학기술·공학 교육 기본 틀 새로  짠다
"이공계 학사교육은 여전히 5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거의 교과서로, 과거의 지식을 반복적으로 답습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용훈 UNIST 총장의 지난 2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격투기형' 학사교육을 도입해 최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실전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기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해왔다.

'격투기형' 교육은 실전에 필요한 기본기만 익힌 후, 링에 올라 직접 문제를 겪으며 배우는 교육방식을 말한다. 단계별로 전 분야의 지식을 두루 익히는 '쿵푸형' 교육과 대비되는 것으로, 신속하게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훈 총장은 지난 2019년 11월 UNIST에 부임하면서부터 학사교육 혁신에 나섰다. 핵심은 최신 분야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두 가지에 있었다. 이 총장은 이를 통해 '과학기술계 BTS'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먼저 전통산업 시대에 맞춰 설계된 기초교과목을 개편하고, 최신 분야에 대한 단기집중강좌를 개설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인공지능·디지털 시대에 맞는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2021년 2학기부터 시작된 '원 데이 렉쳐 시리즈'에서는 블록체인, 암 치료 등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은 최신 분야 강좌가 제공된다. 

최신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를 익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연구를 심화할 수 있는 실전 경험의 기회도 제공된다. 인공지능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챌린저스 프로그램(AICP)'에는 총 23개팀, 97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각 분야의 연구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글로벌 챌린지에 도전한다. 지역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문제 연구팀' 사업에는 170명의 학생이 참가해 26개 지역 기업의 고민을 풀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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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수도 울산 전통 제조업 기반 혁신
UNIST(총장 이용훈)가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통해 국가 산업의 미래를 바꿀 도전에 나선다. 인력양성, 연구개발, 창업육성에 이르는 전 주기를 일체화 한 혁신생태계, '국가 제조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서다.

제조혁신 클러스터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이다. 기존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스마트공장을 구현하고, 친환경 저탄소배출 제조기술을 보급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 허브를 만드는 것이다. 울산의 서부 권역에 클러스터를 만들어 UNIST에서부터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인근 산업단지에 이를 바로 적용하는 모델이다.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와 혁신 창업 활성화를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부산·경남, 대구·경북 지역까지 이런 변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용훈 총장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탄소중립경제로의 국제무역질서 변화는 우리 산업계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걱정만 앞설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미래 산업 선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총장은 지난 2019년 11월 부임한 이후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동남권 지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원으로서 울산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앞장서야 한다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지난 2년 간 UNIST는 지역 제조업 혁신을 이끌 연구기반 마련에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헬스, 탄소중립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분야의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산학협력을 이끌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가장 먼저 집중한 분야는 인공지능이었다. 이 총장은 부임 직후 관련 분야 교수진을 직접 모아 인공지능대학원 공모사업에 뛰어들었다. UNIST는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비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그해 9월 대학원을 개원하며 인공지능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이 총장은 인공지능 연구를 지역산업으로 확산하기 위한 작업도 펼쳤다. 2021년 1월 출범한 인공지능혁신파크가 그 중심에 있다. 산업체 재직자 교육, 산학공동연구, 스타트업 보육 등 인공지능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했고, 현재 65개 기업이 참여하며 호응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 디지털 뉴딜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반도체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2021년 9월 개원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중심 대학원이다. 이곳에서는 울산 지역 정밀화학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소재 분야 진출을 돕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11개 기업이 공정 분석 및 지원을 받고 있다. 김지혁기자 uskjh@ulsanpress.net

 


[이용훈 총장 일문일답]

"인공지능·바이오헬스·탄소중립 세 분야서 앞서야 혁신 선두 설수 있어"

이용훈 UNIST 총장이 24일 취임후 지난 2년간 학사과정 교육 혁신에 주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UNIST 제공
이용훈 UNIST 총장이 24일 취임후 지난 2년간 학사과정 교육 혁신에 주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UNIST 제공

- 이공계 교육 혁신에 주력해오셨는데, 그 배경은?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인재육성 체계를 갖고 있다. 학사과정 교육보다는 대학원 진학 이후의 연구과제 중심의 인재육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1971년 개원한 KAIST가 정립한 방식이다.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 과정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늦었다. 이제 학사과정에서부터 발 빠르게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공계 교육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분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공계 학사교육 혁신에 주력해왔다. 

- 육성하고자 하는 이공계 미래 인재상이 있다면?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를 좋은 모델로 꼽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게임개발자였고,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를 창립한 인물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의 업적이 아닌 새로운 문제 해결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학습 스타일에 있다.

게임개발자 시절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찾았고, 이를 위해 즉시 필요한 공부를 찾아 뛰어들었다. 주체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가. UNIST가 키워내고 싶은 인재상이다.  

- 미래 산업을 준비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는?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탄소중립의 세 가지를 꼽는다.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기업들이 이 세 가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앞선 위치를 차지한다면 혁신의 선두에 설 수 있다.

UNIST는 이들 세 분야의 연구기반을 확충하고, 인재육성과 연구개발, 산학협력을 확대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분야는 울산의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또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대학원, 인공지능혁신파크,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디지털 뉴딜 분야를 이끄는 주체들이다. 인공지능 핵심 분야 연구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응용(AI+X) 분야에도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의 토대가 되는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연구개발과, 울산 지역 정밀화학 산업 고도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UNIST는 국내 어떤 대학보다 탄소중립에 준비된 대학이다. 미래 에너지와 탄소활용 분야의 탁월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융합원(Carbon Neutral Institute, CNI)'을 신설해 관련 분야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 제조혁신을 위한 울산과 UNIST의 남다른 경쟁력이 있다면? 
△울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도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배후산업이 풍부하게 발달해있다. UNIST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탁월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주목받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했다. 영국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5위, 세계 179위에 올라있고, 개교 50년 이하 대학 중에서는 세계 10위에 꼽힌다.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네덜란드 라이덴랭킹에서 5년 연속 국내 1위에 올라있는 것도 우수한 연구력을 증명해준다.

울산의 산업체들은 혁신에 목말라 있다. 인공지능혁신파크를 출범하며 시작한 재직자 교육, 산학공동연구, 스타트업 보육 사업에는 모두 모집규모의 2배가 넘는 기업이 지원했다. 그만큼 변화를 갈망하고, 바라고 있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기업들에게 UNIST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특히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제조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친환경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 등 탄소중립 관련 기술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한 UNIST는 울산 지역의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김지혁기자 usk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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