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다수 한약방에서 맡게 되는 특유의 냄새 주인공인 참당귀가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대다수 한의원에서 맡게 되는 특유의 냄새 주인공인 참당귀가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김영덕

날이 부쩍 추워졌다. 논에도 얼음이 얼었다. 추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추운 날에는 아픈 곳이 더 아프다.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은 여름보다 겨울에 통증을 많이 호소하게 된다. 이렇게 추운 계절 여기저기 아플 때 많이 사용하는 약초가 있다. 참당귀다.

당귀 모종은 봄에 많이 나온다. 언양장에서 파는 당귀 모종 종류는 두 가지이다. 약당귀와 잎당귀. 약당귀는 참당귀를 이르는 말이고 잎당귀는 일당귀를 이르는 말이다. 몇 해 전 언양장에서 참당귀와 일당귀 모종을 사다 필자가 가꾸는 약초원에 심었다. 참당귀는 잎이 아주 크게 자란다. 처음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장마 지나고 크기 시작한 잎은 무성하게 자라고 한번 크기 시작한 잎은 넓게 퍼져 주변의 풀을 이겨 버린다. 여름엔 붉은 꽃대가 올라온다. 참당귀 꽃은 주먹처럼 커다랗고 아주 붉은 꽃이다. 

참당귀는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며 한약명은 토당귀(土當歸)이다. 토(土)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에 붙이는 말이고 당귀(當歸)의 의미는 '원색한약도감'에서 '사람의 체내에 기혈 순환이 혼란해 여러 가지 병적 증상이 나타날 때 이 약을 복용하면 기혈이 각각 제자리로 당연히(當) 돌아가게(歸) 하므로 이 약을 당귀(當歸)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토당귀의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풍(風)을 없애고 혈(血)을 조화롭게 하며 월경을 고르게 하고 통증을 없앤다. 

토당귀는 주로 어혈과 통증 질환에 처방되며 생리통과 타박상, 관절통, 염좌에 주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토당귀와 일당귀를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고 있다. '운곡본초도감'에서 토당귀와 중국 당귀, 일당귀를 비교한 구절이 있다. 셋은 약효의 구분 없이 사용되어 왔으나 문헌상 그리고 실험상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토당귀의 보혈(補血) 효과는 중국 당귀나 일당귀에 비해 떨어지지만, 어혈(瘀血)을 없애 피를 깨끗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강화하는 효과는 두 당귀에 비해 탁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타박이나 염좌 등의 어혈을 없애야 할 경우에는 토당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보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중국 당귀나 일당귀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귀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 처방에서 보혈이 목적일 경우와 어혈 제거가 목적일 경우로 나누어 그 쓰임을 명확히 구별하여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한의원를 찾는 할머니들이 손녀에게 먹이려고 사물탕을 지어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은 사물탕이란 처방을 대부분 알고 있다. 사물탕에 당귀가 들어간다. 사물탕은 보혈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사물탕의 효과를 보려면 토당귀가 아닌 일당귀를 사용해야 한다.

교통사고 후 통증에 많이 사용하는 당귀수산이라는 처방이 있다. 당귀수산에 당귀의 잔뿌리가 들어간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타박상과 염좌 증상이 있을 경우 당귀의 잔뿌리는 토당귀의 잔뿌리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토당귀는 향이 강하다. 토당귀가 들어간 한약을 달이는 날은 한의원에 토당귀 향기가 가득하다. 전형적인 한약 냄새로 기억하고 있는 냄새가 토당귀의 냄새이다.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능동산 계곡 아래 습한 기운을 받으며 참당귀가 자라고 있다.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능동산 계곡 아래 습한 기운을 받으며 참당귀가 자라고 있다. ⓒ김영덕

 

김영덕 글·사진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글·사진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토당귀는 우리나라 재래종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토당귀의 주성분인 데커신(Decursin)이 뇌 안에 독성물질이라고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생성되는 것을 막아주고 감소시켜 뇌세포를 보호하게 되므로 치매 예방과 치료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토당귀를 재배해 보니 뿌리가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자라고 잔뿌리가 많이 자란다. 전에는  잔뿌리가 별 가치 없다고 여겼는데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잔뿌리에 항노화와 치매를 예방하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토당귀는 자라기도 잘 자라고 붉은 꽃대가 강렬하기도 한데다 잔뿌리부터 몸통까지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귀중한 우리나라 자생 약초이다. 토당귀의 최근 연구를 살펴보니 아직 연구되지 않아 그 유용성을 잘 모르는 약초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용됐던 약초들의 과학적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 과학적으로 연구된 것이 없다 하여 쓸모 없는 것으로 여기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토당귀의 사례에서 보듯 너무나 귀중한 것은 언제나 가까이 있지만 단지 우리가 그것을 알지 못할 뿐이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