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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세대 갈등은 늘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몸에 밴 관습을 지키려 하면, 젊은 세대가 이를 타파하고 새 질서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것.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며 사는 사회에선 필연적인 현상이다. 요즘 어딜 가나 들려오는 'MZ세대' 또한 소위 '꼰대'라 불리는 기성세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사회를 그린다. 이들의 가치관은 최근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울산지역 문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본보 신년 문화 기획에서는 울산 MZ세대 문화예술관계자 5인 인터뷰를 통해 MZ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지역 예술계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
 

엄지수 작가
엄지수 작가

엄지수(25)  작가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과 소통자리 많아지길 바라요"
올해 울산대 서양화과 졸업을 앞둔 엄지수 씨는 MZ세대이자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더욱 빛나는 '호랑이띠' 예술인이다. 
 그는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개인주의'와 '실용주의'를 언급했다.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실용성을 추구하고 개인의 성공과 가치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기성세대의 시선에선 이런 부분이 이기적이고 철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이런 특징은 오히려 기존의 틀을 깨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은 호랑이의 해'를 본인의 해라고 생각하며 어떤 작업이든 활발히 펼치겠다는 각오를 밝힌 엄 씨는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할지라도 지역 예술인들이 의견이나 새로운 시각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성사됐으면 좋겠다"며 올 한 해 지역 예술계에 바라는 점도 전했다. 
 

천병준 카이크루 멤버

천병준(27)  카이크루 멤버
"예술인 위한 문화기반과 각종 지원제도 갖춰졌으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M.net 인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열풍으로 댄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울산의 댄스팀 '카이크루'에서 열띤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천병준 씨는 MZ세대의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휴대폰'에 MZ세대를 비유하며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지역 예술인으로서 울산 문화계에 바라는 점으로는 "스우파 등의 여파로 스트릿 댄서로서 활동 기회가 많아졌다지만 그래도 아직 지방에선 영향력이 부족하고, 모든 문화 기반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것 같아 늘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올해는 울산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하는 예술인들에게 풍부한 기회가 주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아진 갤러리큐 대표

김아진(31)  갤러리큐 대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기획·홍보 필요해"
울산 남구에서 '갤러리큐'를 운영 중인 김아진 대표 는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MZ세대는 이래야만 한다, 저래야만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주변 눈치를 보기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세대"라며 "일면식이 없어도 소통하고 싶은 사람에게 온라인으로 연락을 취해 인맥을 쌓는다거나,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노력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젊은 갤러리 대표로서 울산 문화계에 바라는 점도 언급했다. 
 "코로나와 함께 갤러리를 개관해 이런저런 고비도 많았지만 길게 내다보고 가려 한다. 2022년에는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는 등 지역 문화가 더욱 발전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 홍보와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훈 국악인

이지훈(31)  국악인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 구축해야"
지난해 MBN 퓨전국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조선판스타'에 출연하며 국악과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이지훈 씨.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하고 울산으로 내려온 그는 내드름연희단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예술가다. 
 이 씨는 "MZ세대는 디지털자료, 소셜미디어 등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그 분야의 문화 주체로 살아가는 세대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관계를 주로 맺었던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방향성이 달라 보인다"며 "본인만의 독특함과 개성을 세상에 어필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틀을 꼭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역 MZ세대 예술인에게는 "젊은 예술인들이 다양한 지원과 복지에 만족하고 있어서만은 안 된다"며 "더욱 전문적으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사회적 의미 또한 꾸준히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현 작가

박소현(35)  작가
"관람객 한 분 한분 보여주는 관심 큰 에너지"
"MZ세대의 우선순위는 '개인의 행복'이 아닐까." 
 시카고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울산으로 돌아와 다양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박소현 작가는 특히 MZ세대이자 여성으로서 느낀 세대 간 갈등에 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가부장적인 부모님 세대를 겪다 보니 그들의 보수성에 매번 부딪히곤 했다"며 "여성으로서 가정에 종속돼 살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이루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마음이 크다. 사회적 분위기가 MZ세대의 취향을 이해하고 개인의 다양성을 더욱 존중하는 쪽으로 형성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크고 거창한 것보다 자주 전시장을 찾아주고, 진심을 담은 응원을 보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술인들은 다시 힘을 내 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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