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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울산지역 양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조 리스크가 전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양대 사업장의 노동조합 집행부가 모두 강성 성향으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 정년 연장 등 제조업 분야 과제가 산적한 상태여서 이번 강경파 노조 집권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에는 우려가 담길 수밖에 없다.



● 현대차
1998년 정리해고 연대 총파업 주도 투쟁 선봉장
무분규 실리주의 전 집행부와 달리 선명성 주장
사측 친환경차 생산 대비 장기적 인력 감축 추진
일자리 사수 공약 내걸어 갈등 심화 불가피 전망

 

현대자동차 노조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결과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안현호(56) 후보가 당선됐다. 안 당선인은 4만 1,444명(투표율 85.02%)의 조합원이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2만 2,101표(53.33%)를 얻어 올해부터 2년간 현대차 노조를 이끌게 됐다.

안 당선인은 현대차 사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이다.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6, 7, 8대 대의원을 지냈고 1994년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하다 해고됐다. 1997년 복직 후 현대정공 7대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고,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끄는 등 강성 성향으로 분류된다. 1999년 3사 통합 당시 현대정공 단협 사수를 위한 투쟁을 하다 구속돼 해고됐다가 2002년 다시 현대차로 복직했다. 

이후 현대차 노조에서 15, 16, 18대 대의원을 지냈고, 2006년에는 성과급 미지급 관련 투쟁을 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안 당선인은 지난 2년간 '무파업'을 이끌었던 이상수 노조 지부장과는 달리 노조의 선명성을 주장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업계 안팎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도 안 당선인을 '투쟁 선봉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안 당선인은 완전월급제 실시,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국민연금과 연계한 단계적 정년 연장, 수소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핵심 부품 생산시설의 공장 내 유치,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을 두루 살펴보면 주로 '고용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4차산업혁명과 환경규제 강화로 기존 내연기관 위주의 생산에서 친환경 차와 차세대 교통수단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고용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용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2026년 전기차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를 기존 100만대에서 170만대로 상향 조정하는 등 공격적으로 전동화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에 2026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13개 차종으로 늘린다는 목표하에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0∼40% 정도 적은 만큼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조와의 마찰이 예견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는 미국 투자 계획이 결정되자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친환경차 생산 시 국내 공장 우선 배치와 일자리 유지를 확약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새 집행부가 앞으로 일자리 사수를 위해 해외 전기차 투자 계획 등을 두고 사측과 잦은 갈등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노조가 정년 연장·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전기차 부품 사내 생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불사할 가능성 역시 높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이전 2년간 실리·중도 성향의 집행부가 집권하며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냈던 만큼, 노사 이견이 격화될 경우 강성 집행부 재집권에 따른 온도 차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중
기본급 중심 임금 인상·정년 연장 등 주요 공약
합법 파업권 확보·통상임금소송 승소 등 고무적
이달 중순 재개 지난해 임단협 항로 설정 안갯속
업황 회복 불구 생산 차질·경영 리스크 증가 우려

 

 

현대중공업 차기 노조 지부장으로는 강성 노선의 정병천(52)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24대 임원 선거 결선투표 결과 정병천 후보가 과반 이상의 득표율(52.68%)로  실리·중도 성향의 오영성 후보를 누르고 차기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현대중 노조는 지난 2013년 말 정병모 위원장 당선 이후 이번 선거까지 5차례 연속 강성 노조가 들어서게 됐다. 

정 당선인은 현 집행부를 이끄는 현장노동조직들이 배출한 후보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부지부장,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조직쟁의실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9년 5월 노사 갈등이 격화된 물적분할 반대투쟁 당시 주주총회장 점거 농성 등을 이끌었다.

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기본급 중심의 임금 인상, 현대중공업그룹사 공동교섭, 정년 연장, 노사정 포럼 개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현대중 노조는 이미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어 놓은 상태여서, 새 집행부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주 호황으로 회복세를 탄 조선업계 입장에선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갖는 분위기다. 

여기에 9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최근 대법원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측 입장에선 노조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데 대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

현대중공업그룹은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어 실질적인 지급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이번 대법원판결에 따른 예상 지급분을 이번 분기 실적에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설정할 경우 재무제표상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으로 강성 노조와의 갈등까지 더해진다면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현대중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을 연내에 마무리하는데 결국 실패하면서 노사분규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 1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집행부가 조직을 갖추고 공식 출범하면 이번 달 중순 무렵 교섭이 재개될 전망이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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