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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선거의 해가 밝았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국가 지도자를 뽑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꼭 66일 후인 오는 3월 9일 치러진다. 이어 채 3개월이 안 되는 84일 뒤인 6월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기다린다. 완숙기에 접어든 풀뿌리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올릴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날이다. 지난 2002년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이 치러진 적이 있지만, 양대 선거가 3개월 시차를 두고 한 해에 연거푸 치러지는 것은 역대 선거 사상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 만큼 두 선거는 운명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선거 가중치에서 월등한 대선이 먼저 치러지면서, 그 결과는 이어지는 지방선거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오는 3월 대선은 6월 지방선거, 특히 광역단체장을 포한한 울산의 선거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까. 3개월 시차로 엮인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향방을 짚어본다.

 

짧은 간격 선거 표심 쏠림 현상 가능성 충분   
정권 차지하면 지선까지 파죽지세 '8부능선'
대선 패배 정당은 조직분열 소용돌이 속으로  

자료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오는 3·9 대선에 이어 3개월 남짓 시차를 두고 실시되는 6·1 지방선거는 20대 대선을 통해 탄생한 새 정부에게는 국정 운영의 첫 시험대인 동시에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방이 달렸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대사다. 때문에 여야는 앞선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에서도 명운을 건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선 이미 일반이 짐작하는 바와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방선거의 판세와 후보 구도는 물론, 결과까지도 대선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대선에 이기면 지방선거에서도 이기고, 대선에서 지면 지방선거에서도 건질 게 없다는 애기다.

다소 극단적이고 무리한 예단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불과 3개월이라는 시차에 엮인 올 지방선거의 구조적 운명과 태생적 한계를 고려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전망치다. 역대 전국 규모의 총선거는 적어도 1년, 길게는 2년 정도의 터울을 두고 치러졌기 때문에 선거기간 뜨겁게 달궈진 여야 지지층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충분한 냉각기가 있었다. 때문에 앞 선거가 뒤에 치르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역대 대선과 총선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우리 국민들은 특정 정당에 정권과 입법권을 몰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통설처럼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투표 성향은 '균형감'을 지향하는 노정이었다.

물론 예외 없이 다 그랬던 건 아니다. 직전 대선인 2017년 장미 대선 때 민주당에 정권을 안긴 국민들은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에 거의 몰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2017년 대통령 탄핵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와 금방 통일을 안겨줄 듯한 남북 화해무드라는 특이한 시대적 상황이 빚어낸 특이한 선거 결과로 보는 것이 예외적 사례를 이해하는 혜안이지 싶다.

그렇다면 올해 양대 선거의 결과도 예외적 상황으로 그려진 직전 대선과 지방선거의 닮은꼴일까? 이 물음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치와 함께,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첨언을 붙인다.

모든 것은 대선에 달렸다. 여야 정치권이 온통 대선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다가오는 대선의 시침에도 아랑곳없이 여야의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엎치락뒤치락 예측불허의 안갯속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두 후보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도 판세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 남은 60여 일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두 후보의 대결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고인 셈이다.

전력투구, 총력전만이 방책인 상황인데, 그런 만큼 이번 대선에서 패하는 쪽은 회복불능의 뇌상을 입게 된다. 정치권의 치열한 승부에 비례해 선택을 위한 유권자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승패가 갈리는 순간, 이긴 쪽을 선택한 유권자의 성취감은 배가되는 반면, 사표를 던진 유권자의 실망감과 낭패감은 좌절을 넘어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게 뻔하다. 문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을 지우기엔 3개월 남짓의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선을 통해 정권의 거머쥔 쪽의 입장에서 지방선거는 여세몰이가 될 수밖에 없는 짧은 간극이다. 그만큼 선거가 쉬워진다는 얘기인데, 6월 지방선거가 3월 대선의 '위성 선거'로 보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모두에 열려 있다. 지상 과제인 대사를 앞둔 여야 정치인들이 현 시점에서 가진 공통된 좌우명은 '이기고 보자'다. 대선에서 이기면 길이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낭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묻어나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들이다.

우선 선거 판세 면에서 대선에 승리한 쪽은 지방선거의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목 놓아 외치고 있지만, 선택의 날을 60여 일 앞둔 표심은 여야 모두에게 녹록하지 않은 표정이다. 이 고비만 넘으면 약속의 땅이지만, 여야에게 지금의 표밭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다른 시각에선 기회의 땅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여야의 운명이 엇갈리는 두 가지의 가상 상황이 울산의 지방선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보자.


●더불어민주당-정권연장
지역 4개 구군 단체장 재선 순풍가도 예상
문 정부 차별화 내건 이재명 체제 당 공천
친문 송 시장 부담 대체 후보 기회 가능성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연장에 성공하는 경우다. 이 상황은 현재의 울산 정치구도 연장이 점쳐지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재명 당선자 체제 하에서 이뤄질 지방선거 공천, 즉 지역의 대표주자인 울산시장 후보가 현 체제대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기조로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이 당선자의 입장에서 핵심 친문(親文)인 송철호 시장의 존재감은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 때 청와대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길어지는 상황은 송 시장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물론 여당 내에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송 시장의 재선을 도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대선 승리라는 새 국면이 열린 상황에선 당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역 여권에선 대선에 승리한 새 국면에선 이상헌 시당위원장과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서정협 전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 잠재적 울산시장 후보군에겐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남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을 자치한 여당 단체장에게 대선 승리는 재선 가도의 순풍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반면, 새로운 비전과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도전자들은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울산시의회를 비롯해 5개 구·군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다수당을 넘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만, 정당 지지도 등을 고려할 때 4년 전 선거의 재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감이 실린다.

여당 내 이같은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 속에 대선에 패한 국민의힘에 놓인 지방선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가시밭길이다. 자칫 분당의 상황까지 맞을 수도 있다. 곡절 끝에 비대위가 꾸려져 지방선거로 갈 경우 울산시장 후보 낙점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당선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 후보군으로 묶인 7~8명의 인사 중 국회의원 현역보다는 전직에 유리한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3선 광역단체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난 박맹우 전 울산시장과 5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전 의원, 경제전문가인 박대동 전 의원이 기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3선에 국회 상임위원장에 오른 이채익 의원과 정치·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김두겸 전 남구청장은 노령층과 소장파의 장점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시장 도전 가능성을 시사해온 박성민 의원과 서범수 의원, 서동욱 남구청장은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역의 기초단체장 석권을 목표로 했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고, 울산시의회를 비롯한 구·군의원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다수당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국민의힘-정권교체 
당직 맡았던 현역 의원·지역 정치인 약진
단단한 지지 토대 지방 주도권 탈환 박차
본선 티켓 놓고 당내 경쟁부터 치열할 듯


이번엔 반대로 국민의힘이 3월 대선을 통해 정권탈환에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물어볼 것도 없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점쳐진다. 심한 경우 지역의 조직은 지리멸렬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지역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울산의 광역·기초단체장을 석권하고, 지방의회를 완전히 장악하는 2017년 이전의 영화를 다시 구가하는 절정기를 맞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도드라진 중앙당직을 맡은 지역 국회의원들은 공신록에 오르며, 각기 주가도 뛰게 된다. 그런 만큼 울산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단체장 출신인사가 총출동하는 무한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새 정부 출발 초입인 만큼, 정갑윤·박맹우·박대동 전 의원 등 기성인물보다는 이채익·박성민·서범수 의원과 김두겸 전 남구청장, 서동욱 남구청장 등이 약진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 5개 구·군 기초단체장 후보 자리를 놓고도 본선 못지않은 당내 경쟁이 예상되고, 광역·기초의원 지원 창구엔 지망생들이 몰려 성시를 이룰 전망이다.

하루아침에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행보는 어느 때보다 암울한 상황 속에 절치부심의 동력이 기대를 걸어야 하는 국면을 맞게 된다. 당내 울산시장 후보는 현 송 시장이 유일한 대안으로 출전해 백병전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또 각 기초단체장 선거도 당내 후보군이 줄면서 대부분 현 단체장이 후보로 나서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역의 광역·기초단체장 선거도 어렵지만, 지방의원 선거는 더 큰 시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의 표심은 대체로 단체장과 연계되는 성격이 강한데,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힘을 받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는 원내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꽂힌다. 현재 22명 정원에 17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1~2석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3월 대선을 가상의 결과로 놓고 본 이들 두 가지 상황 중 한 가지는 반드시 실현될 것인데, 과연 여야 두 거대정당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다른 한 가지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 걸까?  최성환기자 csh9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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