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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젤 좋아'
'지금이 젤 좋아'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왜 필요한지 독자들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고 어떤 지혜를 주는지에 대해 명칭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각과 마음에 대한 성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과 지극한 눈길, 가정공동체를 감싸는 모성의 손길과 사랑 그리고 사랑과 하느님께 대한 경외로 요약된다."
 감정에 정직하고 가치지향적이며 태에서 정갈하다고 이창건 시인의 해설 일부분입니다.
 서정의 기호들로 마음을 위로하는 하인혜 시인의 동시집 '지금이 젤 좋아'를 2022년 동심이네 책방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주름진 얼굴, 잡초, 그림속의 집, 반달, 내 자리, 햇살 편지 등 하인혜 시인은 따뜻한 단어들만으로 동시를 엮어내어서 그런지 눈보다 마음이 덥석 다가갑니다.
 
# 지금이 젤 좋아
 
남교리 외갓집에서
하루를 지낸 여름날
들마루에 둘러앉아 분꽃으로 피어난 우리는
저녁을 먹습니다
 
꽃술 같은 숟가락 들면
밥그릇 가장자리로
도란도란 열리는
이야기 주머니
 
하늘 마당 작은별 같은 막내 이모가
할머니께 물어봅니다
 
- 엄마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
 
- 지금이 젤로 좋다,야…아
 
가무룩한 연기 피워 올리는
성마른 모깃불 냄새에
할머니 눈시울
젖어들고
 
항아리 닦아낸 달님의 손길이
이야기책 끝장을 넘길 때
꼬리별 하나
길게
내려와
마침표를 찍습니다
 
 말하고 있는 바로 이때 지금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물입니다. 어쩌면 다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우리 생애 소중한 시간입니다.
 제일 좋았다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지금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하던가에 지금이라는 그 순간은 내게 주어진 운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서툴게 보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지금을 소중하게 즐기면서 보냅시다. 누군가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 내게 묻는다면 저도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하겠습니다. 
 이 동시에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눈시울이 젖고 달님이 내 손길을 따뜻하게 감싸주면 보듬어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지금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 하루를 살다

우와! 콩나물, 고등어구이, 두부된장국, 열무김치
그리고 고슬한 현미잡곡밥이네
이런 밥상을 받아보다니!
복지관 무료급식을 앞에 놓고
눈이 번쩍 뜨인 할머니는
오늘도 밥 한 끼를 먹었습니다
 
밥 한 그릇에 담긴 공양을
몸으로 알아듣고
명아주 지팡이와 함께
한 시간 넘게
다시
집으로 걸어옵니다
 
고장난 목각 인형처럼
무릎 관절이 삐거덕거리지만
발 씻을 따슨 물과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문턱 낮은 필통 같은 월세방을 들어서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고
혼잣말로 안도합니다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하인혜 시인은 가장 평범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하루를 살다' 동시에서 깨우침을 줍니다.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들을 지루하다고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나에게 일침을 주는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 흐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금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깨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어제 같은 오늘이 나의 생애에 가장 특별함이라고 하인혜 시인은 '지금이 젤 좋아'동시집에서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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