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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구한 모종을 심은 약초원에서 일당귀가 하얀꽃을 피웠다. ⓒ김영덕
장터에서 구한 모종을 심은 일당귀가 약초원에서 하얀꽃을 피웠다.. ⓒ김영덕

찬바람 불어 겨울인가 싶더니 이미 한겨울이다. 모내기로 분주하던 논에 구수한 벼꽃 냄새가 나더니 금방 황금 들판으로 변하고 트랙터 소리 경쾌하더니 텅 빈 논에 지금은 먹이를 찾아 먼 길 떠나온 까마귀 떼와 철새들이 가득하다. 필자가 가꾸는 약초원에도 여름동안 무성하던 약초들의 푸르름은 지나가고 한겨울의 고요함만 가득하다. 약초원에서 기르는 약초 중 올해 가장 많은 신세를 진 고마운 약초가 있다. 일당귀다.

원산지가 일본인 일당귀는 왜당귀라 부르기도 한다. ⓒ김영덕
원산지가 일본인 일당귀는 왜당귀라 부르기도 한다. ⓒ김영덕

일당귀는 왜당귀, 동당귀(東當歸), 대화당귀(大和當歸)라고도 한다. 일당귀를 이 지역에서는 잎당귀라고 한다. 잎을 쌈채소로 먹기 때문이다. 두해 전 시장에서 일당귀 모종을 사다 약초원에 심었다. 처음엔 자라는 기세가 약하더니 어느 정도 잎이 올라오고는 쑥쑥 크기 시작했다. 첫해에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잎을 먹지 않았는데 그 다음해에는 일당귀가 전보다 더 무성해져 잎을 따다 먹기 시작했다. 일당귀는 뿌리를 약으로 사용한다. 거기다 잎을 쌈채소로 먹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한 약초다.

일당귀 잎의 향은 강하다. 향기가 강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일당귀 잎을 좋아한다. 상추쌈에 한 두 잎 넣어 먹으면 향기가 입안에 퍼진다. 그 향기가 온 몸의 기혈을 순환시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일당귀 잎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손발이 금세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손발이 찬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 약초가 일당귀다.

일당귀는 참당귀와 외형상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일당귀는 참당귀에 비해 키가 작다. 참당귀는 1m를 훌쩍 넘겨 자라지만 일당귀는 다 자라도 높이가 1m가 되지 않는다. 잎의 모양과 꽃의 색깔도 다르다. 참당귀는 잎이 넓게 퍼지면서 자라는데 일당귀는 잎이 좁고 작게 자라며 윤이 난다. 그리고 참당귀는 붉은 꽃이 피고 일당귀는 흰 꽃이 핀다. 

일당귀의 성질은 따뜻하며 맛은 맵고 달다. 보혈하며 월경을 고르게 하고 변비를 치료한다.  

일당귀는 보혈약(補血藥)이다. 보혈은 혈허(血虛) 치료법인데 체내에 혈(血)이 부족해지는 증상은 다양하다. 어지럼증, 시력 저하, 이명, 월경 장애, 안면 창백, 가슴 두근거림, 건망증, 불면 등이 혈허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혈허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혈허한 여성들에게 많이 쓰이는 보혈약이다.

일당귀는 특히 월경 장애에 많이 처방된다. 혈허해 월경이 고르지 않다거나 지연된다거나 월경량이 적을 경우 주로 처방되며 난임에도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그리고 일당귀는 장의 기능을 원활케해 대변 활동을 돕는 약물이기도 하다.

올해 일당귀 잎을 많이 먹었다. 자주 먹다 보니 일당귀는 꽤나 힘들었던 것 같다. 잎을 자주 떼다 먹을 때는 잘 자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잎을 먹지 않으니 전보다 훨씬 잘 자랐다. 건강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건강을 위해 일당귀의 건강은 살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당귀가 고생을 했다. 

김영덕 글·사진 심호당 한의원장 <br>​​​​​​​kyd120@hanmail.net
김영덕 글·사진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일당귀를 키우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주변에서 평화롭게 자라는 숱한 약초들. 아무도 모르게 쑥쑥 커가는 약초들이 너무 큰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 평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초도 있지만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들는 약초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이 약초들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도 있을 거란 걱정이 앞선다.  

한 해 동안 많은 약초를 만났다. 약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약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주한 작은 풀꽃과 커다란 나무들. 풀과 나무에 머물던 곤충과 새들. 더운 여름과 선선한 가을. 새벽에 만나는 언양읍성은 언제나 신비로웠고 간월재의 마타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약초들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과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알아가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 노력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런 노력을 알아가는 것을 통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약초. 많은 약초들이 다른 식물과 어울려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 건강한 생태계를 손상시키는 일은 멈춰야 한다. 코로나가 발생한 것도 결국 건강한 자연의 생태계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자연은 언제나 조화로운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금은 우리도 자연의 노력에 동참해야 할 때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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