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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산업 구조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화 가속과 함께 비대면 상황의 확산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명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의 실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한 축인 노사문제도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무리 좋은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할지라도 경제와 기술환경에 도태돼 제품 경쟁력을 잃고 사회적 존경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물가 연동 임금인상 결정시스템 등 노사문화 혁신 주도
이런 가운데 울산 경제의 3대 축의 하나인 정유·석화산업의 대표인 SK이노베이션이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4일 울산CLX에서 '2022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가졌다.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스스로 선진 노사문화를 발전시킨 결과물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조인식은 매년 본사에서 개최하던 관례를 깨고 김준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직접 울산공장을 찾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날 행사가 단순히 선언적 의미만이 아님을 대내외에 강조하는 것이어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임금인상율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2.5%로 확정된 점이 인상 깊다. 지난 2017년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물가지수 연동제 원칙을 6년째 이어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연동형 임금인상률 결정 모델'은 밀고 당기기식의 전형적인 구태 협상에서 벗어나 임금협상 상견례와 동시에 잠정합의에 이르는 시스템이다.

노사 간 경계를 넘은 혁신이자 노사문화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로 불려도 부족함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 이는 노사 모두의 신뢰와 지지가 없다면 이루기 힘든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회사의 위상은 물론 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협력사 행복나눔기금 지원 대한민국 대표 상생모델 자리매김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이날 임금 조인식에 이어 곧바로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을 벌인 데 있다. 구성원 기본급 1% 기부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회사가 출연해 조성한 1% 행복나눔기금 중 절반인 28억 6,000만원, 그리고 정부 및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금 등을 합쳐 총 35억 7,000만원을 71개 협력사 직원 5,292명에게 골고루 전달했다.

기금 전달 첫해인 2018년 21억 5,000만원을 3,946명에게 전달한 이래 올해까지 5년간 총 126억 3,000만원을 2만 8,000여 협력사 직원들에게 지원했다. 해마다 전달금액과 수혜자가 꾸준히 확대돼 온 것도 대단하지만 특히 올해는 설명절을 앞둔데다 또 모두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논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정부-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기금은 향후 강력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020년부터 일회성 행사에서 탈피해 5월 가정의 달 및 연말 온누리상품권 지원 등 연중 상시 지원체계로 바꿨다.

또 협력사들이 SK이노베이션 노사와 뜻을 함께해 협력사 근로복지기금을 조성·운용 중이다. 노사 모두 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의 결정체다. 이에 부응해 정부와 울산시도 특별기금을 지원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상생 프로그램 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노사 한마음의 기적'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사실 올해도 지역의 노사문제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시민들이 많다. 이런 때에 SK이노베이션의 모범 사례들은 기업 내 민주화는 물론 지역 공동체 정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여실히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도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더 큰 행복을 함께 만들어 걸 것으로 믿는다. 또 구성원과 사회에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도 분명해 보인다.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인정을 받아온 만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새해 들어 첫 노사 상생, 협력사 상생을 알리며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한 SK이노베이션 노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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