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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옥 울산금연운동협회 사무국장  

며칠 동안 날이 찼다. 겨울이 이래야 맛이지 하면서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선 영 별로긴 하다. 그래도 솜이불 같은 남편의 코트가 있어 걱정은 없다. 
 
운동 다닐 때 입던 남편의 오래된 외투가 길이도 적당하고 모자도 달려있어 뒤집어쓰면 웬만한 추위는 거뜬하니 내게는 딱 좋다. 날이 추워지니 남편은 솜 코트가 믿음이 덜 갔는지 당신이 입고 다니는 거위 털 코트를 입으라고 권한다.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이지만, 불필요한 것에 욕심이 없는 난 낡아도 맨들맨들하니 부드러운 촉감의 솜 외투에 손이 간다.
 
2022년 임인년이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돼간다. '힘들다, 힘들다' 울먹이며 보냈던 코로나 시국도 두 해를 넘겼고, 생각만으로도 이미 속 시끄러운 대선도 눈앞이다.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알겠다. 올해도 틀림없이 빨리 갈 것이다.
 
사람들은 죽기 전 다양한 후회를 한다. '사랑할걸' '참을걸' '베풀걸' 잘 살아도 못 살아도 하는 후회. 누구는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누구는 아등바등 살아온 삶 전체를 후회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 그렇다. 끝까지 가 봐야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그나마도 알면 다행일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 와중에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플라잉 카' '메타버스의 상용화' '저탄소 녹색성장' 그럴듯한 말이지만 딱 봐도 아이러니다. 
 

발전이 거듭될수록 쓰레기는 많아지고 그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또 뭔가를 만들어내고 인간의 역사는 멈추면 죽을 것처럼 악착스레 굴러왔다. 
 

공영방송국의 장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 화질이 더 좋아진 까닭에 그 생생함이 두 배다. 카메라 시선이 머무는 곳 세렝게티에는 평화도 있고 전쟁도 있다. 생명이 있는 곳이면 약육강식은 기본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곳의 약육강식은 뭔가 근엄한 의식 같다.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영양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나쁜 사자라 욕하지 않는다. 사자는 더 가지려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떤가? 잘 만들어진 세상, 알아서 돌아가는 알고리즘, 손가락 하나면 모든 걸 움직일 수 있는 그야말로 꿈 같은 세상이다. 교환 경제로 삶을 꾸려가던 인간들의 본능은 자본주의를 생각해 냈다. '조금 더'를 원하는 본능에 충실한 자본주의는 불과 250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바꿨다.
 

이 화폐경제는 자본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팔아 돈을 벌고, 그 번 돈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만들었다. 부의 축적은 우리에게 풍요와 편리를 선물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불평등이란 상흔은 더 커졌다. 
 
청년 빈곤, 차별, 혐오, 정리해고, 자살, 그리고 급기야는 생태계 파괴까지 두터워져만 가는 흉터는 가려지지 않고 속으로 속으로 곪는 듯하다.
 
잘 살자고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자고 만들어 놓은 이 체제는 사람이 먼저인지 상품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아이도 여자도 가리지 않는다. 발전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욕구는 드러나고 사람이 만든 상품의 가치가 그 사람의 가치가 되는 역전의 늪, 소비의 세계로 깊이 빠져든다. 
 

너 없이도 나 없이도 안된다는 관계는 힘들어 굽은 등을 밟고 서는 착취를 낳고 믿음을 믿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바퀴는 멈출 줄 모르고 수많은 개발에 지구는 온통 몸살이다. 
 
얼마 전 본 KBS 환경스페셜에서 갈비뼈를 툭툭 드러낸 소가 풀 대신 헌 옷을 뜯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헌 옷 수출 세계 5위라는 대한민국 패션의 나라답다 해야 하는지. 
 
사람은 좋은 것을 향해 나아간다. 본능이다. 그런데 가볍다. 미래의 삶에 대한 고려가 빠졌다. 진정 좋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이미 250년 시간을 장악하고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결국 삶 전체를 왜곡하게 만드는 이 어쩔 수 없는 인간 본성의 산물. 자본주의란 제도나 체제를 나 하나로는 바꿀 수 없다. 사회 전반의 다방면으로 불거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부작용을 줄이고 파괴를 막으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아울러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역할과 상생하려는 각자의 노력이 시대의 아픔을 줄이는 답 같다.
 
쩔그렁쩔그렁 난무하는 '쩐의 곡성'이 어지럽지 않은가?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필요한 만큼의 절제와 만족으로 당신과 나 우리가 진품이 돼야 할 시간이다. 삶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우리들의 선택이 무거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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