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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야경. SK제공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야경. SK제공

울산의 진면목은 밤에 드러난다.

어스름 해가 지면 석유화학공장은 주황과 백색의 빛으로 뒤덮인다.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로 석유 정제와 추출, 분리의 화학적인 장치들이 물리적으로 정렬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눈과 손들이 모든 공정을 지켜보며 한 치 오차도 없이 운용하고 있다. 베셀이나 타워라는 이름을 가진 플랜트들은 눕거나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원자재나 그 결과물들을 담은 저장용 탱크들의 엄청난 크기는 사람을 압도한다.
 

1962년 1월 울산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됐다. 대형 선박이 접안 가능한 깊은 수심은 항만 조성에 최적화된 조건이었고 값싸고 넓은 공장용지와 태화강, 회야강이 만든 충분한 공업용수까지 입지는 완벽했다. 또한 경부철도의 지선에 위치해 물류 수송 면에서도 탁월한 위치였다.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신호탄이었고 올해로 60년이 지났다. 내년이면 환갑이다. 처음처럼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 시절 가난을 벗기 위해 울산으로 찾아든 많은 사람이 터를 잡았고 제2의 고향이 됐다. 개발 앞에선 환경도 안전도 뒷전이었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경제발전의 논리에 밀려 태화강은 오염됐고 울산의 하늘은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이주민들 실향의 아픔이 슬픔으로 들썩였고, 한쪽에선 '이타이이타이병'이라는 낯선 이름의 고통으로 신음하기도 했다.

아버지들은 새벽에 일터로 나가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다. 야근과 특근으로 비워진 아버지의 부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지친 노동의 대가는 가정을 이끌 양분이 됐다. 누런 종이에 각각의 항목이 빼곡히 프린트된 봉투에 볼펜으로 일일이 기재된 월급봉투는 차곡차곡 안방 서랍에 보관됐다. 가끔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비벼대는 수염의 까칠함으로 아버지는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단 한편에 서서 이제는 은퇴한 아버지들을 생각한다. 산업역군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을 강요당했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가장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열정의 땀방울들이 저렇게 영롱한 별이 됐다. 저 화려함의 밑거름이 된 당신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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