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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자
오, 미자

신기한 일이다.
 그저 책을 펼쳤을 뿐인데 건널목을 건너가는 사람들 속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 낯익은 얼굴을 하고선 씩씩하게 아는 체를 한다. 제목은 때로 작품의 내용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오늘 만날 그림책 '오, 미자!' 역시 떠오르는 장면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다양한 맛을 내는 '오미자'를 떠올릴 테고, 또 누군가는 감탄사를 넣은 오(oh)! 미자!라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오(5) 미자의 의미로 다섯 명의 미자를 떠올리실 수도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이 모든 의미를 내포하며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어떠한 노동이든 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는 모두 미자입니다"라며 나이도 얼굴도 다른 여성들이 자신을 소개한다. '오, 미자!'에 등장하는 다섯 '미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건물 청소부, 전기 기사, 스턴트우먼, 이사 도우미, 택배 기사로 활동하는 이들의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미자' 열매와 많이 닮아 있다. 가끔은 사람들의 찌푸린 시선에 쓴맛을 느낄 때도 있다. 또 부당한 차별이나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매운맛을 보여 주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자'들은 그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남을 존중하는 것이 내가 존중받는 것임을.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을 뚜렷이 구분하던 때도 있었다. 요즘은 딱히 이 일은 여자가 하는 일이고 저 일은 남자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 또한 찾아보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만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기에 내게 맞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떤 일을 하든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일이다. '오, 미자!'는 길지도 않고 함축적인 짧은 글들의 그림책이지만 등장하는 '미자'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우리들의 자녀이고 우리들의 어머니이며 우리들의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서 수고하고 있는 노동의 현장임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삶의 다섯 가지 맛을 그린 그림책, '오, 미자!'에서는 때로는 쓰고 떫게 느껴지는 차별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맵게만 느껴지는 부당한 차별과 시선을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맛을 본 후에 돌아온 단맛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 알기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모든 '미자'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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