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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으로 물든 경주의 봄밤, 대릉원 황남대총. ⓒ이상원 swl5836@naver.com
목련꽃으로 물든 경주의 봄밤, 대릉원 황남대총. ⓒ 이상원

경주시 황남동 대릉원은 23개의 크고 작은 무덤으로 이루어진 신라시대의 고분이다. 천마총과 황남대총의 발굴로 국보가 된 금관 등 귀중한 유물과 세계에 자랑할만한 역사적 가치를 얻게 되었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황금 유물 등 수많은 유물이 도굴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은 돌무지덧널 방식의 건설법 때문이었다. 시신을 넣은 목관 주위에 나무 구조물을 덧대어(덧널) 그 나무 틀 안으로 돌무지를 채워 넣고 흙으로 봉분을 만든 단순한 무덤인데 그것에 1,500년 동안 도굴이 되지 않고 잘 보존된 비밀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맘때 대릉원을 찾으면 노란 산수유와 하얀 목련을 함께 볼 수 있어 눈 호강을 하게 된다. 어머니 품속 같은 두 무덤 사이에 서 있는 한 그루의 큰 목련은 최근에 유명해진 포토존이다. 후문 가까이 있는 연못에 비친 황남대총을 목련꽃과 함께 촬영해도 아름답다. 밤이 되어 목련에 조명이 비치면 고분의 어스럼한 분위기와 어루어진 색다른 장면을 보게 된다.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 같다고 해서 목련(木蓮)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다른 이름도 여러 가지가 있다. 꽃봉우리가 필 때 끝이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北向花), 꽃눈이 붓을 닮았다고 목필(木筆), 옥과 같이 깨끗한 나무라 해서 옥수(玉樹), 꽃이 벌어지기 직전의 하얀 봉우리를 옥란화(玉蘭花) 또는 신이(辛夷)라고도 불린다. 목련에 관한 여러 정보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목련꽃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박목월 시인의 시를 가곡으로 만든 ‘4월의 노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목련꽃 아래에서 편지를 읽는 걸 생각만 해도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또 하나, 가수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양희은 씨가 31살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수술을 위해 
입원한 병실에서 창밖에 핀 목련을 보고 직접 쓴 가사가 노래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사연을 듣고 나니 이 노래가 더 절절하게 들렸다.

삶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어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도 한 송이 꽃이 미래의 희망일 수 있다. 꽃을 보며 노래를 한번 흥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파도를 넘는 힘을 얻지 않겠는가.
꽃이 먼저 피려고 앞을 다투던가? 누가 알아 주지 않는다고 슬퍼하던가? 꽃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 구석진 곳, 두메산골에서도 당당히 피어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지 않는가?

사람이 꽃을 조금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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