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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받는 감은사지 삼층석탑. 2022. 4. ⓒ이상원
아침 햇살 받는 감은사지 삼층석탑. 2022. 4. ⓒ이상원
감은사 삼층석탑의 야경. 2022. 4. ⓒ이상원
감은사 삼층석탑의 야경. 2022. 4. ⓒ이상원

 

신라 문무왕이 호국 사찰로 짓기 시작해서 그의 아들 신문왕이 완성하고 아버지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감은사(感恩寺)! 그 절은 전쟁으로 없어지고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 있다.

이 감은사 절터에 동과 서로 나뉘어 우뚝 서있는 두 개의 삼층석탑!

삼층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으로 알려진 국보이지만 얼핏 보면 화려한 볼거리가 별로 없어 그냥 스쳐가기 쉽다. 그러나 두 탑을 보수할 때 발견된 문화재의 가치를 안다면 이 탑이 달리 보인다. 바로 부처의 사리를 담기 위해 만든 『감은사지 사리장엄구』다.

특히 동탑에서 발견된 사리함은 ‘0.3mm의 예술’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름 1.2cm의 수정사리병 뚜껑과 길이 6mm의 종 모양의 풍탁에 크기 0.3mm의 둥근 금알갱이를 땜질로 정교하게 붙여 만든 장식이 그것이다.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힘들고 100배 현미경이라야 제대로 볼 수 있고, 현대의 기술로도 원형대로 재현하기 힘들다고 하니 신라의 첨단 기술과 신라 장인의 탁월한 능력이 어느 정도의 경지였는지 놀라게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금속 공예의 최고의 걸작, 금자탑’이라는 평가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는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동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니 두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면 눈여겨보면 좋겠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경주에 가면 화려한 구경거리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꼭 시간을 내어 동해 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찾아보고, 그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들러보았으면 한다. 답사 전에 신라의 역사를 한번 훑어보고 가면 여행은 더욱 재미있어 지고, 많은 인파로 복잡한 유명 관광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음이 허전하고 사는 게 심드렁해질 때도 긴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두 석탑을 둘러 보면 마음의 평온을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 별다른 건축물도 없고 잘 가꿔진 정원도 없는 텅빈 절터에서 나라를 굳건히 지키지 위해 애썼던 문무왕의 거친 숨소리, 백성을 사랑했던 그의 따뜻한 시선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위안을 얻고 움츠려졌던 어깨가 펴지지 않을까.

감은사지 삼층석탑은 애정으로 보면 언제 보아도 좋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모습도 아름답고, 석양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보아도 멋있다. 어둑해져 조명등이 비칠 때 보면 낮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앞쪽 들판에 벼가 노랗게 익어갈 때 멀리서 올려다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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