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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지금'
'인생은 지금'

제목 밑에 작게 쓴 'Now or Never'를 자꾸 읊조리게 된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못한다' 혹은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로 해석되는 이 구절이 오늘 소개할 그림책 '인생은 지금'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편하게 가운을 입은 두 사람이 서 있다. 그들은 마치 춤을 추기 위한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등을 돌린 채다. 왜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을까? 자꾸만 궁금증이 일 때 첫 장을 넘기면 비밀스러운 천 아래 무언가를 속삭이는 두 사람, 주인공인 남편과 아내가 또다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작지만 흥분된 목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은퇴야! 이제 우리 마음대로 살 수 있어" 
 
 은퇴를 한 남편은 당장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같이 외국어도, 악기도 배우자고 아내에게 권해보지만, 웬일인지 아내의 반응은 "지금? 봄에 가자. 뭐 하러? 언어 감각도 없으면서. 나, 음악에 소질 없는 거 알면서" 매번 시큰둥하다. 옛날처럼 호수에 밤낚시를 가자고 해도, 하루 종일 풀밭에 누워서 구름을 보자고 해도 "지금 말고, 다음에 하지"라며 남편의 제안을 미룬다. 하지만 남편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왜 자꾸 내일이래? 인생은 오늘이야. 다 놔두고 가자" 벅찬 기대와 설렘에 한껏 부푼 아이처럼 조르고 또 조른다. 
 "인생은 오늘이야. 당신을 사랑해"
 
 부부의 대화는 어쩌면 나와 남편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만큼 몹시도 닮아있다. 힘들게 앞만 보고 열심히 일만 했으니 그 보상으로 이제는 자유롭게 진짜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지다가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냈으니 이제는 좀 쉬고 싶은 아내의 방전된 마음 또한 진심으로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기울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생각이 길어질 때, 책 속 남편의 말은 나를 멈칫하게 한다. "인생은 쌓인 설거지가 아니야. 지금도 흘러가고 있잖아"
 자꾸만 뒤로 미루는 내게 남편도 저런 말을 곧잘 한다. 지금을 사는 것이 현명한 거라며, 마음 먹었을 때 하자고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볼멘소리를 한다. "아이고, 말이야 쉽지"
 늘 나를 내려놓은 것 같았지만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고 몸을 움직여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느낀다는 것. 그리하여 온전히 지금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가를 그림책 '인생은 지금'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이수진 아동문학가
이수진 아동문학가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색감과 그림들, 그리고 시종일관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책 속에 나오는 노부부의 모습은 쓸쓸하고 애잔하기보다 꽤 낭만적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낭만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느슨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지……. 다가올 언젠가를 기대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살았다기보다 남편으로 아빠로 또는 아내로 엄마로 살았을 당신에게 그림책 '인생은 지금'은 말해준다. 
 인생은 지금이라고, 그러니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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