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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의 투자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노사 갈등을 비롯해 잦은 노동정책 변경, 회사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하는 양벌규정 등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요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이 때문에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100대 기업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반증으로 비치기도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투자액은 149조 2,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8.6% 늘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63조 9,000억 원)를 제외하면 1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확대된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호실적에도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2021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 6,000억 원으로 투자(189조 1,000억 원) 및 배당·이자(59조 5,000억 원) 등으로 지출한 현금 248조 6,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대비 23.7조 원(9.7%) 증가했으니 기업의 현 실정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투자·배당 지출로 인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자 차입을 늘려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보유 현금보다 빚이 더 많이 늘어나면 재무 부담 가중은 불을 보듯 뻔하다. 100대 기업의 순차입금은 지난 5년간 증가 추세인 데다 2021년 말에는 164조 8,000억 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으니 우려를 더한다. 우리나라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기업의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은 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간소화해야 한다. 기업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일도 요구된다. 투자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확대한다거나 전향적 관점에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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