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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성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정책과 순경
신희성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정책과 순경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큰애가 차량에 치일뻔했다. 핸드폰을 보며 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애를 나무랐지만 비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오는 차량은 계속해서 우리를 스칠 듯 지나갔다. 경적이며 위협적인 돌진 앞에 어디에도 보행자의 안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행히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이달 20일부터 이면도로는 주행하는 차량의 안전 의무가 대폭 강화됐다. 운전자는 차도의 구분이 없고 중앙선이 없는 도로에서 보행자의 옆을 지나갈 경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보행자의 통해가 방해될 경우, 일시 정지해야 한다. 만일 이를 위반하면 승합차 5만 원, 승용차 4만원, 이륜차 3만원, 자전거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한, 올해 7월 12일부터는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보행자의 안전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이면도로 등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고 안전표지나 속도 저감 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다. 이때, 경찰이 차량 속도를 시속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로교통법규를 갑자기 너무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이면도로의 보행자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년 보행자 사망사고는 전체 교통 사망사고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 총 2,900명 중 보행자 사망자는 1,009명에 달한다. 비 운전자의 도로 위 사망사고가 이 정도라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보행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새로운 제도를 추진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앞서 '보행자 우선도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행정안전부의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시행 전과 비교해 차량의 양보 비율은 지역에 따라 20~70% 증가했고, 보행자의 안전성 만족도는 30%~80% 이상 증가했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이면도로 위의 최고 안전 주체는 보행자라는 사실과 함께 본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시민들이 우려한 부분을 해소하고 그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에서도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 및 시행을 앞두고 울산 자치경찰위원회, 자치단체장, 울산경찰청이 함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울산 교통망과 사고 통계를 분석하고 있으며 적합한 홍보와 안전시설물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시행 전후를 평가하는 일도 그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제도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키는 바로 울산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다. 이면도로 보행사고의 주 대상이 노약자와 어린이들 같은 사회적 약자인 점을 고려할 때, 사회 안녕과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보행자 우선도로'와 함께 우리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함께 지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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