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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옥 울산금연운동협의회 사무국장

“다들 따듯한 저녁은 드셨는지? 고단함을 푸는 시간인지?" 
 
남편과 치맥을 간단히 하고 서재에 앉아 작은 안부를 전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뚝딱하고 나오기도 하지만 생각보단 그런 경우는 드물죠. 대체적으론 평소 돌아가는 세상의 사정을 듣고 보다가 필요할 때마다 끄집어내어 쓰는 경우가 잦습니다.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고, 글은 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두고두고 읽히는 속성 때문에 말보다는 글에 무게감이 더 느껴집니다. 하지만 순간 답을 요구하는 경우, 말 잘하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사람에 비해 답을 빨리하니 머리가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 전에 충분한 철학적 사색은 기본값일 테지만요.

매일 아침 뉴스를 보거나 신문 혹은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말과 글에 대한 상식과 언격(言格), 그리고 그것을 넘은 인격(人格)에 대해 비관하게 됩니다. 저 또한 언론에 비루한 제 글을 싣고 있어 할 소리는 아닌지 모르나 가끔은 내가 저 치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들이 뽑아내는 헤드라인은 자극적이고 각 당의 대변인의 말은 핵심을 찌른다기보다 비아냥이 섞인 말처럼 여겨져 정치인을 정치꾼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 하나를 덧댑니다. 때마침 지금이 정권 교체 시기라 그들만의 리그로 한창 바쁠 때입니다. 이 글이 나갈 때쯤이면 이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이후일 수도 있겠네요. 
 
각양각색, 갑론을박, 양시쌍비 모두를 작파하고 오늘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었고, 교육부 장관 예비후보가 스스로 사퇴했으며, 한국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10억 횡령 건으로 영구퇴출 건이 기사에 올랐네요. 사실 서민인 저에게 검수완박은 별 의미가 없지만, 촛불정권이 조국, 추미애 등 어찌 보면 희생 같은 아무튼 검찰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마지막 자존심 같아 보여 앞으로의 세상일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울산 지역 소식 중 당색에 묻혀 펼 수 없는 개인의 정치적 소신이라면 정치는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어 사퇴를 결심했다는 정치 초년생의 '사퇴의 변(辨)'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의 목적엔 맹목적이어야 하고 '정치가 원래 다 그래' '처음이라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정치 선배가 대부분이라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 순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이 퍼뜩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곧 창간을 앞두었다는 도심 한가운데 걸린 경제지 간판이 생각나 수도권의 이렇다 할 경제지도 힘들다는데 '도대체 왜 울산에?'라는 질문과 어쩌면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하게 될 기업 걱정에 선(先)오지랖도 떨어봅니다. 경제지의 수준이야 곧 드러날 것이지만 신문사의 창간 의도가 궁금한 것은 참을 수가 없네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절에 전쟁까지. 마스크 한 장으로 싸움박질을 하고 밤새 줄을 섰던 날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제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일부 제외) 허용되었고, 위험도도 1급 감염병에서 2급으로 격하되면서 확진자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세법의 수시 개정 덕에 세무사 자격시험 공부를 하던 사람들은 두통약이 좀 필요했고요. 여하튼 여러 상황을 겪어낸 국민의 맘을 대변한다는 수준 좀 있다는 분들의 언격(言格)이 듣고 보고 읽기엔 민망할 정돕니다. 
 
이런 중에 위안은 지금 한창인 프로야구와 드라맙니다. 어려운 코로나 시국을 힘겹게 견뎌온 세상의 아버지들처럼 저희 남편도 예외는 아닙니다. 맥주 한 잔 마시며 보는 야구에 인생을 다 건 듯합니다. 응원하는 팀이 잘하면 박수치며 환호하다 자잘한 실수엔 욱해 욕도 지릅니다. 사실 거기엔 사심은 없습니다. 내지른 덕에 이겨도 져도 시원함은 남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흥분도 공감도 합니다. 배경음악에 빠져들어 다시 듣기를 반복하는 가성비 좋은 자위도 더러 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을 향해 쏟아질 욕도 이 소박한 국민에게 이왕 들을 욕이라면 이처럼 뒤탈 없이 시원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니 본능보다 신중함이 우선이겠죠.
 
초성 놀이 한 번 해볼까요? 
 
'ㅆㅂ ㅈㄴ ㅉㅈㄴㄴ ㄱㅈ ㄱㅇ ㅅㅅ' 
 
하하 지르고 나니 참 개운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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