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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철쭉. ⓒ이상원
황매산 철쭉. ⓒ이상원
지리산 바래봉 철쭉. ⓒ이상원
지리산 바래봉 철쭉. ⓒ이상원
소백산 비로봉 철쭉. ⓒ이상원
소백산 비로봉 철쭉. ⓒ이상원

 

5월이 되면 높은 산에서 철쭉이 피어나 산천을 붉게 물들인다. 
수많은 철쭉 군락지가 있으나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소백산이 우리나라 3대 철쭉 명산으로 손꼽힌다. 

황매산은 합천 쪽으로 가면 철쭉 군락지까지 차로 갈 수 있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고, 산청 쪽으로 가면 적당한 산행과 함께 철쭉을 즐길 수 있다. 여러 장소에서 철쭉 군락을 볼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가을에는 억새도 볼 만하다. 
지리산 바래봉은 남원시 용산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팔랑치와 부운치 고개를 거쳐 오면 철쭉 터널도 지나면서 화려한 철쭉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지리산 천왕봉과 노고단에 이르는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소백산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읍의 여러 곳에서 오를 수 있고, 계곡과 폭포가 있는 숲 속을 지나 산등성이에 오르면 큰 나무는 없고 부드러운 능선에 푸른 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곳의 철쭉은 5월말 경 늦게 피고 온 산천을 뒤덮을 만큼 군락을 이루지는 않으나 다른 곳과는 달리 은은한 연분홍이라 더욱 우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백산은 눈이 왔을 때 광활한 설원을 보는 것도 장관이다. 

‘아름답다! 황홀하다!’는 말은 아껴두었다가 이곳에서 철쭉을 만나고 나서 쓰라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철쭉과 진달래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질 때 잎이 나고, 철쭉은 진달래보다 조금 늦게 잎과 동시에 피고 꽃이 더 크다. 또한 진달래는 사람과 동물이 먹을 수 있으나 철쭉은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1970년대 배고픈 시절 정부에서 우유 마시기를 권장해 황매산과 바래봉에 대규모 목장단지를 조성했는데 소나 양들이 다른 나무의 새순과 풀은 뜯어 먹었으나 철쭉은 강한 독성이 있어 먹지를 않아 저절로 다른 나무는 도태되고 철쭉만이 번성을 해서 목장은 문을 닫고 우리나라 최대의 철쭉 군락지가 되었다고 한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인도 속담이 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고 삶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잘못된 선택이라고 여겨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앞을 향해 나아가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고도가 높은 산의 정상에서는 힘겹게 오른 자들이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등정 사실을 큰 소리로 알리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지리산 정상 천왕봉(해발 1,915m) 아래 휴대폰이 터지는 곳에서는 ‘결코 못 오를 것 같았는데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죽을 고생했지만 오르다 보니 정상에 오게 되더라’ 등등…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감격의 목소리로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등정 성공을 알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하산해서 몸살이 나서 끙끙 앓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경험으로 인해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고, 스스로를 속박했던 틀을 깨면서 자유인이 되어 갈 것이다. 무슨 일이든 도전을 하는 한 누구라도 그 환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이상원 사진가 swl5836@naver.com

살아가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고 여유가 없어 산에 꽃이 피었다고 그 꽃을 보러 쉽게 갈 수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월이 지나면 여행을 하기 좋은 때가 찾아 올까? 사는 게 어렵고 지칠수록 오히려 자연을 찾아 그 속에서 힐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쉬엄쉬엄 걷다 보면 가슴을 짓눌렀던 돌덩이도 가벼워지고 복잡한 머리도 맑아질 것이다. 

단순한 나들이든, 몸과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여행이든, 자신을 찾기 위한 구도(求道)의 길이든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잠시 벗어나 길을 떠나보자. 온산을 뒤덮고 있는 철쭉을 찾아서. 돌아오면 그 동안 길을 나서지 못하게 가로 막았던 걱정했던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으며, 세상은 변함없이 온전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용기는 분명히 보상을 받게 된다. 산상화원의 찬란한 철쭉 잔치에 초대되어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것!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 무엇보다 더 높아진 자존감! 이상원 swl58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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