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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지난 10일 2022년 임금교섭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돌입했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현대차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임금 인상액은 16만 5,200원으로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임금인상 요구안(14만 2,300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올 임금협상에 대한 향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 노조가 역대 임금교섭에서 금속노조 임금 인상안을 넘어선 금액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그렇다.

금속노조 요구안 넘어서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 임금 인상안
벌써부터 현 집행부의 임금 인상안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는 시민들이 나오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역대 집행부가 대기업 노조로서 임금 투쟁보다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노조 이기주의, 귀족노조 등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무위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충분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상생 모델로 '하후상박' 연대 임금 전략을 추진해 왔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적게 올리고 중소 협력사의 임금은 많이 올리자는 취지였다. 

이어 전 집행부에서는 투쟁적 노사관계를 지양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조합주의'를 표방하며 국내 노동운동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성장 시대와 친환경 미래차 시대 도래 등 산업 전환기를 맞아 투쟁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노조의 현실적이고 성숙한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차는 노조의 이런 의지에 힘입어 2009~2011년에 이어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3년 연속 무분규를 이뤄내며 국민적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노조는 금속노조 산하 중소기업보다 더 많이 받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부끄럽고 답답한 노릇이다. 구태가 되살아나는 듯해 볼썽사납다. 사회적 조합주의가 현대차에서 국내 최초로 실현되고 널리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노조의 의지도 유명무실해질까 심히 걱정된다.

사회적 조합 노력 유명무실 우려…산업 위기 타개 머리 맞대야
현 집행부는 올해 교섭 기조를 굵고 길게 가겠다고 한다. 파업을 세게 하고 교섭이 연말이나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어 염려된다.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도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 세대와 안정적인 직장에서 기득권을 누려 온 장년 세대와의 일자리 갈등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장기 난제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MZ세대 노조원들이 기성세대만 챙기는 정년연장 요구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상시적인 대치와 갈등에서 벗어나 타협하고 절충하는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이다. 그동안 노사가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 온 상생의 노사관계를 거꾸로 되돌려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국내의 경우 2030년까지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 기업이 30%가량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는 최대 40만 개의 자동차 분야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여느 때보다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노사가 함께 이 어려운 시국을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교섭을 기대하는 이유다. 고통 분담 없이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노사 모두 '존중과 신뢰'에 기반해 머리를 맞대면 접점을 찾지 못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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