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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양명학
 
오늘은 어쩌다가 내 80살 생일날
밤하늘의 은하수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예순셋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평생 소를 몰고 농사만 짓다 가셨으니
지금은 견우성牽牛星에 계실 것이고
예순아홉에 돌아가신 어머님은
철철이 삼베 무명베 명주까지 짜셨으니
틀림없이 직녀성織女星에 계실 것이다.
 
어떻게 찾아갈까?
수십만 광년 밖의 저 먼먼 길을,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떠오르는 건
어릴 적에 내 딸들이 부르던 노래
'은하철도 999'였느니.
 
옳거니, 나 떠나가리라.
햇빛 쏟아지는 우주정거장에 나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오는 기차를
나 잽싸게 올라타고 떠나가리라.
부모 찾는 늙은이의 마음은 새삼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질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그리움의 눈물이 솟아나느니,
보잘것없는 명예도 재산도 다 던져 버리고
친구와 일가친척 처자식까지도 다 잊어버리고
나 한사코 떠나가리라.
 
"힘차게 달리리, 은하철도 999"
"끝까지 달리리, 은하철도 9 9 9"

*80세 노인을 뜻함

△양명학: 1970년 '울산문학' 작품 활동, 2004년 '문학예술' 등단. 시집 '나 쪽으로 열린 창문' '겨울 소리개' 외. 울산시문화상(문학), 울산문화상(시) 영·호남 수필 대상 및 공로상 등.

서금자 시인
서금자 시인

오월입니다. 어버이를 간절히 생각하게 하는 시인은 어릴 적에 딸들이 부르던 노래 '은하철도 999'를 빌려 부모님 계실 곳, 은하에 가고 싶다고 쓰며 부모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그리움임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어버이! 생각하면 알콩달콩한 기억보다 가슴에 짠한 기억이 먼저지요. 삶이 흔들릴 때마다 가슴을 덥혀주던 따뜻한 말씀들 그 힘으로 오늘 우리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시는 그렇게 독자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고맙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힘차게 달리리, 은하철도 999"/ "끝까지 달리리, 은하철도 9 9 9" 그렇습니다. 우리 갈 수만 있다면 부모님 계신 곳에 가 보고 싶은 마음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인은 80살 생일날 부모님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며 '부모찾는 늙은이의 마음은 새삼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질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그리움의 눈물이 솟아나느니'라고 쓰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늘 어린아이 그때로 머물러 있음을 읽게 합니다. 이렇게 '은하철도 999' 시는 독자들에게 오월을 고맙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내 아이들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주었습니다. 그 카네이션 너머로 어머니의 말씀이 들립니다. '얘야, 출근 길 너무 서두러지 말거라. 건널목 건널 때는 잘 살피고 건너라' 부모님 앞에서는 늘 어린아이였던 나, 그 말씀이 쟁쟁이 들려오는 오월 어버이날 아침입니다. 이렇게 또 한참을 어버이 그늘에서 서성이게 합니다. '은하철도 999' 시는 나에게도 오월을 살려내어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때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아침, 어머니는 손 없어도 말 없어도 나를 꼬옥 잡고 계십니다. 서금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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