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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업계에 물가를 반영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인 각 기업들의 노조는 물가상승을 고려한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을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의 고물가(인플레이션)는 경기 호황이 아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요인에 의한 것이 크다. 전문가들은 물가-임금 간 전가효과 가시화로 인한 임금발 2차 인플레이션 악순환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경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고물가에 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물가 인상→임금 상승→고물가→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임금발 2차 인플레·대기업-中企 부익부 빈익빈 격차구조 강화 우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 하락을 가져온다. 같은 돈을 받아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실질 임금은 350만 9,000원으로, 전년 동기(388만 9,000원) 대비 9.8% 줄었다. 실질 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다. 

결국 임금 협상이 화폐가치 하락에 기인하는 형국이다. 매년 있는 갈등이지만 올해는 물가 급등 등을 내세우며 노조가 실질 임금 하락을 고려해 추가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측의 호소가 허공에 맴돌 뿐이다. 

화폐가치 하락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다. 상대적으로 임금 인상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게 만든다. 대기업 및 정규직 중심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율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임금 격차가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를 유발하고 노사 갈등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임금이 오르면 추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임금발 물가 상승'이다. 물가 상승이 임금을, 임금이 또다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나선형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노사 임금협상 지혜 모아 고물가 저성장 공포 타개해 나가야
통계청의 최근 발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노사 임단협으로 정한 임금을 뜻하는 협약임금 인상률은 2021년 3.6%를 기록해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등했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2018년 4.2%에서 2019년 3.9%, 2020년 3.0%까지 낮아졌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실제 지급된 임금이 아니라 인상률 결정 시 지급하기로 한 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상승률이 둔화됐다가 3년 만에 반등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물가 상승에 따른 노동계의 임금 인상 압력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가-임금 간 동조화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임금발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은도 지난달 말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임금상승 추세는 고물가 현상과 겹칠 경우 2차 효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임금 협상 관행과 현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상승 압력이 커지는데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한 급격한 물가 상승세가 올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물가 발생 시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면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요인이 된다. 반면 사업주는 임금인상 비용을 다시 소비자가격에 전가함으로써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업체들의 노사가 지혜를 모아 고물가 저성장의 공포를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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