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후세들에게 좋은 환경과 공기를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18일 찾은 염포동 신전마을 뒷산(염포동 산 86 일대)은 입구부터 약 2km 구간이 편백나무 묘목으로 빼곡했다.
울산 북구 염포동 주민 정해동(75)씨는 자발적으로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염포동 뒷산에 소나무, 편백나무를 심고 가꿔오고 있다.
# 뇌종양 판정후 투병 끝 재활
어린 시절부터 매일 찾은 뒷산이 잦은 산불과 벌목으로 민둥산으로 변하는 게 안타까워 월급을 조금씩 모아 사비로 소나무를 심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1만여 그루를 넘게 식재했다.
하지만 10년 전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정성껏 키운 소나무도 재선충병이 발생해 대부분 말라죽었다.
손 쓸 수 없이 퍼져나가 죽어버린 소나무들을 바라만 보고 있자니 너무 안타까웠던 정 씨는 투병생활이 끝나자마자 죽은 자리에다가 다시 편백나무를 심기로 결심했다.
정 씨는 개인적으로 농장에 편백나무를 따로 모종해 6년간 키운 후 작년부터 다시 염포동 뒷산에 심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1,500그루를 다시 심어 틈틈이 관리하고 있다.
뒷산을 찾은 이웃주민 이모씨는 "정선생님이 30년 동안 뒷산을 부지런히 오르면서 나무를 심는 모습을 늘 지켜봤다. 개인의 이득이 아닌 동네의 미래만 보고 일하시는 어르신이 너무 감사하고 멋지게 보였다"고 말했다.
# 북구청도 인력 지원나서
정씨는 북구청에도 편백나무 2,000그루를 기증했고, 정해동씨의 선행 소식을 접한 북구청은 기증받은 나무를 전문인력을 투입해 심는 것을 지원했다.
또 심어놓은 나무를 뽑아가고 가지를 자르는 등 나무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하다는 정씨의 말에 훼손 금지 현수막도 부착했다.
북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도 쉽게 하지 못한 일을 어르신 혼자서 수십 년 해오신 그 노고에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지자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열심히 돕겠다"고 전했다.
정씨는 "혼자 시작한 일이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이 알음알음 도움을 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며 "앞으로 남은 여생 동안 더 열심히 나무를 심고 동네를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해동씨는 지난 2012년 산림사업 유공자로 울산시장 표창과 2014년 총 7,000여 그루의 소나무를 심고 가꿔온 숨은 공로를 인정받아 청와대에서 열린 '제4기 국민추천 포상 시상식'에서 국민포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수빈기자 usk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