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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식물은 없다'
'게으른 식물은 없다'

'게으른 식물은 없다'(마음의숲)는 식물지킴이 오병훈 작가(사진)가 지난 40여 년간 전국의 명산과 절해고도를 다니며 기록한 식물의 치열한 생장 과정과 효능, 역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의 설화를 담은 비망록이다. 소박하고 겸손한 식물의 일대기를 통해 식물의 소중함과 환경 보존과 지킴의 중요성을 기록했다.
 이 책은 식물의 생장 과정은 물론 동서양의 옛 문헌에서 찾은 식물들의 유래와 역사, 재미있는 설화를 통해 문화, 민속학, 자원학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생생한 사진과 함께 자세히 들려준다. 

 예컨대 제비꽃을 '천사의 마음을 가진 고운 자태'로 소개한 대목을 보자. 
 "제비꽃은 이른 봄 메마른 풀밭이나 담장 밑에서 가련한 모습으로 핀다. 이 꽃이 필 때쯤 춘궁기가 시작된다. 먹을 것이 부족한 때 두만강을 건너 우리 땅을 침입한다고 해 오랑캐 꽃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라는 서식 환경부터 "제비꽃 나물은 데쳐서 조리한다. 초간장에 찍어 먹거나 양념장 무침, 샐러드, 전, 국거리로 쓴다. 뿌리째 갈아서 녹즙으로, 화농성 질환과 황달에 좋고 심장기능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며 우리네 일상생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측면을 두루 다룬다.

 또 문화예술에서 식물이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설명한다.  
 "제비꽃의 감동은 한편의 영화에서도 맛볼 수 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가 들고 있는 꽃이 바로 제비꽃이다. 런던의 밤거리에서 "꽃을 사세요! 꽃이요!"라고 외치는 오드리 헵번의 청순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의 명화에도 등장하는 꽃이다."
 이와 함께 먼 빙하기를 견뎌낸 할미꽃부터 수선화를 사랑한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 고구려 고분에 나타난 수많은 연꽃 문양의 의미,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꽃창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병훈 작가
오병훈 작가

 지은이는 "이 땅에 게으른 식물은 없다. 씨를 뿌리거나 물을 주는 사람이 없어도 식물은 홀로 의연하게 씨를 맺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하찮아 보이는 한 포기의 풀도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가치있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소박하고 겸손한 식물의 일대기를 통해 위로를 받음과 동시에 우리의 의무와 과제를 깨닫길 바란다. 

 오병훈 작가는 1984년부터 원로 식물학자 고 이창복 박사 문하에서 식물분류학을 익히고 전국의 명산과 도서 벽지를 누비며 자생식물을 연구해 왔다. 현재 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이자 한국수생식물연구회 회장이며, 한국식물연구회 명예회장이다. '꽃이 있는 삶' '서울 나무도감' '살아 숨 쉬는 식물 교과서' '한국의 차그림 다화' 등을 펴냈으며 현대수필문학상, 종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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