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께 S-OIL 울산 온산공장의 휘발유 첨가제 제조시설(알킬레이션) 정기보수 작업 과정에서 시운전 중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께 S-OIL 울산 온산공장의 휘발유 첨가제 제조시설(알킬레이션) 정기보수 작업 과정에서 시운전 중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시작된 화재가 발생한 지 20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 51분께 폭발과 함께 시작된 화재는 20일 정오에 초진된 데 이어 오후 4시 57분께 완전히 진화됐다고 밝혔다. 사고는 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 제조 공정에서 발생했는데, 최초 폭발은 부탄 압축 밸브 오작동을 긴급 보수한 후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에 사용된 부탄이 인화성이 높은 가스인 탓에 진화가 쉽지 않았다. 특히 부탄에 높은 열이 가해지거나 아예 불길이 꺼지는 경우 추가 폭발 위험이 있어, 소방당국은 화염을 유지하면서 탱크와 배관 내부의 잔류 부탄을 모두 태우는 방법으로 진화했다.


 이번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고, 원·하청 근로자 9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공정은 하루 9,200배럴의 알킬레이트를 생산하는 곳으로, 에쓰오일은 총투자비 1,500억원을 들여 2019년 시설을 완공했다.

# 유가족, 열악한 작업 환경 문제 삼아
사고는 15㎞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충격이 상당했다. 폭발로 인한 굉음과 진동을 사고 지점에서 10㎞ 이상 떨어진 중구, 동구, 북구 등지에서 느낄 정도로 사고 규모가 컸다. 


 사고 현장과 가까이에 있는 온산공단 입주 기업 근로자들과 온산지역 주민들의 공포감은 한때 극에 달했다.


 온산공단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질 듯이 흔들렸다"라면서 "순간 '대피해야 할까'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에 겁이 났다"고 말했다.


 폭발 직후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은 광경에 일대를 지나던 차량이 잠시 멈춰 서거나, 아예 방향을 틀어 우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울산시민들은 저마다 폭발 충격을 느낀 체험담을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중구 성안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쿵'하는 진동이 과거 경주 지진과 비슷해서 또 지진이 난 줄 알았다"라면서 "집이 (사고 지점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큰 사고여서 인명피해가 없기를 기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폭발·화재 사고에 대해 유가족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을 문제삼고 있다. 

S-OIL 후세인 알-카타니 대표이사 CEO가 20일 S-OIL 울산 온산공장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S-OIL 후세인 알-카타니 대표이사 CEO가 20일 S-OIL 울산 온산공장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2006sajin@

# 노동부 장관 "철저한 원인 조사 책임 규명"
유족 A씨는 "회사에서는 자격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시켜왔다"며 "사고 당일 원청에서 안전조치를 다 했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동생이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20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경영자에 대한 책임규명을 신속하게 하겠다"며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울산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단지(여수·대산)에 대해서도 긴급점검 계획을 수립해 유사공정·설비 등에 대한 위험작업을 지도·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4년과 2021년에도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어 안전 대책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에쓰오일에서 총 14만배럴의 원유가 유출돼 바다로 흘러갈 뻔 했다. 당시 원유가 유출된 탱크 주변의 방유벽으로 바다 유출은 막았지만 땅 속으로 스며든 원유가 바다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2021년에는 해상 원유하역시설인 '부이'(Buoy)에서 육상의 저장탱크까지 원유를 이송할 수 있도록 송유 압력을 높이는 가압용 펌프인 부스터 펌프(Booster Pump)에서 원유 8,000ℓ가 유출됐다. 당시 많은 소방 인력이 투입돼 유증기를 제거하는 거품을 뿌리고 기름을 빨아들이는 진공차를 동원해 원유를 회수하는 등 긴급 방제 작업을 벌였다.  김경민기자 uskkm@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