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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집회. 울산신문 자료사진

"정 인력이 필요하면 차라리 젊은 피 수혈하는게 급선무다. 정년연장 말고 합리적으로 필요한 것을 요구해라"
 "법도 무시하는 부당한 해고자 복직 이딴거 좀 그만 집어넣어요. 그거는 법원에 부당해고 소송을 해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인력도 정리하는 판에 뭔 정년연장에 신규채용이여?"
 "해고자 복직이 항상 테이블에 오르는데 어떤 경위로 해고됐는지 설명들은 적은 한번도 없는 듯. 맨날 부당해고라고 하면 그만이냐"

 다소 격앙된 어조의 이 불만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젊은 대기업 직원들의 목소리다. 
 울산지역 대기업 노조가 그동안 임단협에서 20~30대 젊은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올해도 MZ세대 노조원을 중심으로 '40~50대 생산직에만 좋은 임단협'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연구·사무직 중심의 MZ세대 노조원들이 주로 40~50대가 주축이 된 기성 노조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노동운동 방향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성 노조는 여전히 임단협에서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매년 반복적으로 요구하며 기존의 교섭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20~30대 노조원들은 이러한 생산직 중심 기성 노조의 활동 속에서 자신들의 임금과 처우개선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대중공업그룹 MZ세대 노조원들은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과 처우개선과 관련이 없는 정치파업에 뛰어드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이들은 인사고과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똑같은 돈을 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등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3사는 지난 4월부터 임금체계와 복지를 통일하는 새로운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기계 선입급 이하 직원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으며, 이에 대한 MZ세대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가 "고과에 따라 차등 받는 연봉제는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까지 내면서 노조 내 세대간 갈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도 이같은 내부 갈등이 여전하다. 
 노조는 △기본급 16만 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신규 인원충원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건은 수년간 해마다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단골 요구안이다. 
 현대자동차 연구·사무직 MZ세대 노조원들은 실속을 중요시하는 합리적 성향을 보이며 기성세대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MZ세대 노조원은 "노조에 40~50대 생산직이 많다고 해서 다수 집단의 이익에만 집중된 교섭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집행부는 다양한 직군과 연령대의 조합원들이 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소수의 목소리도 새겨듣고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전문가는 "특히 노조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정년연장은 젊은 직원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년연장은 당면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대간 갈등을 조율하고 국가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해고자 복직은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정의와 공정과도 연관이 있는 사안으로 불법행위자에 대한 면죄부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는 것인지 노조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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