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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박두규
 
밤이면 별을 올려다보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의 크고 작은 슬픔들이 올라가 자리 잡은 것들
내 오랜 슬픔은 어디쯤에서 빛나고 있을까
북두칠성은 산 아래 숨어 기척도 없는데
은빛 윤슬 반짝이는 강가로 바람이 일고
나는 홀로 그대를 탐문하며 별빛 사이를 흐른다
어둠 너머 고요 속 그대를 좆아 가노라면
분노의 세상, 탐욕의 세월도 잊고
지독한 내 어리석음의 늪을 벗어날 수 있을까
깊은 밤 텅 빈 시간 속
별을 바라보는 그대와의 하얀 밤이 있어
허튼 약속 하나 없이 강을 건널 수 있으리
안개 피어오르는 강가를 걸으며
이승의 세월 켜켜이 쌓인 오래된 부고(訃告)를
모두 강물에 띄워 보냈다
더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듯
강물은 두텁나무 숲을 휘돌아 흐르고
 
△ 박두규시인 : 1992년 창비 작품활동 '사과꽃 편지' '당몰 샘' '숲에 들다'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산문집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 '지리산人' 편집인, '지리산사람들' 대표.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말했다. 미는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체와 물체가 만들어 내는 그늘의 무늬와 명암에 있다고, 그늘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자기 문학의 목표라고 했다. 그렇다 치면 사람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자기가 만들어 내는 그늘의 무늬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그리고 미학적 측면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그늘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내는 발견이 창조가 되겠다. 밝음 뒤의 그늘을 읽어내는 눈이 예술의 깊이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손흥민, 박찬욱, 송강호 등은 백주 대낮 더 광휘롭다. 양발을 고르게 쓸 수 있는 좌우통달의 희귀 선수와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며 맘껏 상상하고 배우는 선과 악을 주무르듯 구현해낸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늘의 무늬와 명암이 있었다.

 그러나 혼탁한 세상에 마음의 스크래치가 생기고 올려다보게 되는 뭇별. 크고 작은 슬픔들이 올라가 자리를 잡은 그늘진 시간들이 몰려 있는 곳, 그곳을 올려다보는 날이 많아지면 당신도 별이 되어 가는 중이다.

 '시간에도 무게가 있어 매일매일 가벼워진다.' 노인들이 하는 말이다. 시인도 가벼워지려하고 있다. 나도 따라서 가벼워지고 싶다. 인생이 주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어떤 것들, 분노, 탐욕, 두려움을 털어내고 가벼워지고 싶은 것이다. 눈물도 수분도 함께 말라서 마지막 20그램 남짓한 영혼은 별에 가서 붙박이가 되면 그것도 좋겠다. 멕시코사람들의 죽음의 축제가 백주 대낮처럼 밝다. 이유는 심장이 멎었을 때 첫 단계의 죽음이 되고 매장이나 화장을 했을 때 두 번째 단계가 된다. 모두에게 잊혀졌을 때가 세 번째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잊혀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맞닿아 축제가 되는 멕시코. 일 년에 딱 한 번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만나게 되는 세 번째 죽음은 그러므로 부활이다. 지리산 어두운 하늘에 부활을 꿈꾸는 언어의 사다리를 올려 보내고 있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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